자작글-022 432

자랑하고 싶다

자랑하고 싶다/인보/ 2022.10.10 삶이 꼬불꼬불한 길을 걸었다 지금 대평원을 맞나 달려 봐라 그 쾌감 그 신바람 그 오르가슴 그대들 아는가 이건 나 혼자 꼭꼭 감추고 살아가기엔 내가 힘들어 체한 음식 토해내 봐라 목구멍 가시 뽑아 버리면 얼마나 시원한가 대평원을 달리는 승용차 벤츠 혼자 감추어 두기엔 내 가슴 막혀 확 드러내어 보여 자랑해야 한다 통쾌함이여

자작글-022 2022.10.20

송현 갈비탕

송현 갈비탕/인보/ 2022.10.19 바글바글 모인 입술들이 때가 되면 욕망 한 그릇 비워내야 한다 찬바람 옆구리 스치고 나뭇잎 떠날 채비 완료한다 갈대는 허연 머리 세월을 휩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면서 버티어 나간다 뭔가 자꾸 구시렁거리지만 도달할 수 없는 메아리다 갈비탕의 구수한 맛에 이끌려 후룩후룩 소리가 이빨에 끼어 넘기기도 버겁다 갈대 같은 인생아 갈비탕이 나를 위로해주니 이것만 행복이라 느끼자

자작글-022 2022.10.19

내 몸에 시집이 들어있다

내 몸에 시집이 들어있다/인보/ 2022.10.18 사람의 마음은 마음먹기 따라 무엇인가 하나씩 고여 있다 내 여정은 마음으로 엮어보면 이끼 낀 소로였다가 길 가장자리 잡초가 무성한 동네로 가는 들안길이었다가 지금 서쪽으로 향한 지울 수 없는 시어의 길이 단단히 굳어있다 ‘이제 만나러 갑시다. TV 프로를” 시청하다가 굶기 일쑤인 감옥생활에서 살아남는 것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배움의 골목에는 책만 가득하고 매일 책에서 시작 책으로 마감하는 하루살이처럼 꽉 채운 삶이었다 노을 짊어지고 서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시집만 가득 깔려있어 하루를 시집으로 채워 나간다 내 안에 긴 빨대를 도서관에 박고 무딘 입김으로 빨아 당기면 시어가 콸콸 흘러내린다 이걸 갈고 마모하고 잘게 부서고 걸러내고 골라 선별하여 재생하..

자작글-022 2022.10.18

시멘트 거푸집

시멘트 거푸집/인보/2022.10.18 이 건물을 짓기 위해 거푸집부터 단단히 하기로 작정했다 얼렁뚱땅 겉만 그럴듯하게 시간과 인력과 물자를 줄이려 결과는 폭삭 내려앉아 탄식 소리 마음이 새어나가지 않고 거푸집에 거품으로 부풀고 헛바람으로 채우려 하면 나는 신용은 달아나고 만다 옆에서 헛바람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규정대로 하면 남는 게 뭐람 양심을 팔지 않는다 신용은 돈이다 거푸집은 굳어야 한다 태양도 온기로 응원한다 양생은 충분한 시간이다 탄탄한 거푸집은 내 신념이다 양심이 단단히 굳어 내일을 담보한다

자작글-022 2022.10.18

18평 아파트

18평 아파트/인보/ 2022.10.16 어려운 시대 셋방으로 전전 아이들 하나둘 울음소리 매달고 주인의 눈치코치 살피느라 마음 졸이고 손재주 부를 끌어모으는 재주가 으뜸 비뚤어진 인생관일지라도 자본주의는 돈의 위력을 부인할 수 없지 삼시 세끼 굶지 않는 것만 행복이라 치자 욕심은 한없이 뻗는데 힘의 원천은 말라 있잖아 살아가며 날개에 힘 실어 비상하자 큰 날개가 와서 에계계! 여기서 날 수 있겠나 무능을 조소하는 듯 언젠가는 크게 날 힘이 있는 힘이 오리라 치욕 따위는 삼키고 도약에만 발걸음이 바쁘다 15평은 내 도약의 발판이다

자작글-022 2022.10.17

고양이 발톱

고양이 발톱/인보/ 2022.10.16 가장 예리한 눈동자에 정기 흐르고 날카로운 발톱엔 미각을 자극할 문장을 숨겨 죽은 듯 소리 내지 않는다 아닌 밤중에 폐기한 문장 누가 밖으로 버려 놓았나 버린 것은 표절이 아니야 먼저 예리한 판단이 필요해 이 문장엔 독소는 없어 취하면 기력을 깨우는 효소가 있어 조용히 웅크리고 핥고 씹고 새로 탄생한 문장 소리 내지 않고 처리한다 이건 양식이 된다 날카로운 발톱 함부로 세우지 않는다 항상 감추고 위급할 때 발톱을 드러내 세워 단번에 상대를 제압한다

자작글-022 2022.10.17

백도

백도/인보/ 2022.10.15 살갗 검은 것보다 하양 살갗은 한발 앞선다 살갗 흰 여인에 백도 향이 철철 넘친다 벌은 단물이 베는 살갗 흰 처녀 같은 꽃엔 더 매력에 끌린다고 한다 유독 백도 복숭아나무 꽃 필 무렵부터 익어 단물을 쏟을 때까지 주위를 맴돈다 한물 때 벗은 지 며칠 전 완숙한 처녀는 누구의 며느릿감 되더라도 사랑은 듬뿍 받을 거야 염치없는 늙은 이빨이 한 입 깨물어 아싹 단물이 고일 때 민망해하는 이빨보다 쾌감에 몽롱해지는 땟물 좋은 처녀가 더 당당하다 이런 것이 백도의 맛과 향이다

자작글-022 2022.10.17

모과는 외롭다

모과는 외롭다 /인보/ 2022.10.15 모과나무는 생생한 부인처럼 오롱조롱 모과를 달고 좋아한다 태생은 울퉁불퉁하고 귀퉁이 검은 반점 점점으로 못난이 대명사다 사과나 딸기처럼 사랑 듬뿍 받아 단물로 보답하면 좋으련만 항상 외로움을 탄다 어디 가든 시쿰한 냄새 풍겨 좋아하는 이 그리 많지 않다 늙는다는 것은 익는다는 것과 상관하랴 익으면 마지막 행로에 접어들어 입구에서 머뭇거린다 지금 모과는 어는 후미진 골목 입구에서 반겨줄 그 누구를 찾는 중이다

자작글-022 2022.10.17

동해안 펜션이 부른다

동해안 펜션이 부른다/인보/ 2022.10.9 하루를 제일 먼저 시작하는 곳 동해안 따라 가면 가히 총총 기다리는 펜션이 불그레한 낯빛으로 반긴다 사철 꽃피워 낸다 특히 연휴나 휴가철은 꺾어도 꺾어도 피고 피고 꽃값 톡톡히 따낸다 잠시 파도를 동무 삼아 붙들어 놓고 펄떡거리는 고기 살점 초장에 듬뿍 찍어 맛볼 횟집이 총총 바닷게 엉금엉금 기어 나와 식탁에 앉아 마자 그 향기 꿈의 향정 香亭을 체험할 영덕 대게 집 총총 펜션의 밤은 사철 꽃피워 안락한 침대를 편히 쉬도록 가로등이 해안의 밤을 지킨다

자작글-022 202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