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시집이 들어있다/인보/ 2022.10.18
사람의 마음은 마음먹기 따라
무엇인가 하나씩 고여 있다
내 여정은 마음으로 엮어보면
이끼 낀 소로였다가
길 가장자리 잡초가 무성한
동네로 가는 들안길이었다가
지금 서쪽으로 향한
지울 수 없는 시어의 길이
단단히 굳어있다
‘이제 만나러 갑시다. TV 프로를”
시청하다가 굶기 일쑤인
감옥생활에서 살아남는 것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배움의 골목에는 책만 가득하고
매일 책에서 시작 책으로 마감하는
하루살이처럼 꽉 채운 삶이었다
노을 짊어지고
서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시집만 가득 깔려있어 하루를
시집으로 채워 나간다
내 안에 긴 빨대를 도서관에 박고
무딘 입김으로 빨아 당기면 시어가
콸콸 흘러내린다
이걸 갈고 마모하고 잘게 부서고
걸러내고 골라 선별하여 재생하면
멋진 시어가 탄생한다
내 안의 시어를 끌어내는 일은 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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