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mood) 무드 (Mood_)/인보/ 2022.10.7 무드에 녹아들 때 맘이 흐물흐물 호흡이 잘 교류한다 이런 것도 모르고 마른 나뭇가지 뚝딱 꺾어 만족하려는 자 무드에 약한 것은 여자 마음은 정오를 지나 노을 근처면 무드 잡기 좋을 길을 삭막한 사막으로 걸으려 하다니 아무 곳이나 이루고자 하다 실패하고 민낯이 부끄럽다 팔팔 끓으면 걸맞은 요리해야지 찬물 부어 주저앉다니 꽃밭을 훑고도 무드를 모른 발정 난 바람의 행로가 싸늘하다 자작글-022 2022.10.07
나 아니면 돼 나 아니면 돼/인보/ 2022.10.7 개인주의 이기심은 매정한 인간성을 기른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가 될까 방영한 사실 엄동설한에 출연자 10명이 웅덩이에 입수하는 것 당첨자는 폭탄 돌리기 시한폭탄을 받고는 반드시 주문을 외우고 돌리는 것 처음에는 주문이 조금 길더니 점점 짧아 끝내 딱 한 마디 받아넘긴다 누구의 손에서 폭발한다 나만 아니면 돼 세상의 이기심이 모두 모여 폭발한다 자작글-022 2022.10.07
노란 색 노란색/인보/ 2022.10.6 노란이란 말에는 다정다감한 뉘앙스가 스며있어 마음이 평온해진다 유치원 원아들 원복이 노랑 노랑 병아리 떼가 어미를 졸졸 따르는 모습이 떠올라 노란색은 자애로움 느껴 어머님이 생각난다 노랑 햇살이 짓눌려 온몸에 지문을 쿡쿡 박는다 어머님의 손바닥이다 가을 햇살이 더욱 포근해 대지는 온통 어머님의 자애로 가득하다 자작글-022 2022.10.06
대한민국 열차 대한민국 열차 /인보/ 2022.10.6 8도를 주름잡아 달리는 열차 시간은 생명과 같은 데 가끔 어긋난다 그건 시차다 기관사를 헐뜯어야 직성 찬 눈으로 북악산을 흘긴다 잔뜩 부풀어 모처럼 여행할 기대가 한 폭씩 무너지는 느낌이다 정한 궤도를 이탈하지 않았다 문제는 속도다 속도는 세계적인 추세다 한번 마음을 떠나면 그 상품은 두 번 사용하기 싫은 것 잘한 것은 보이지 않아 잘못한 것은 바늘구멍만 하면 확대해서 나팔 불어 꿰매려 한다 열차는 모두 제멋대로는 아니다 네가 운행할 때는 속도가 아닌 아예 며칠 멈출 때가 있었지 헐뜯어야 직성이 풀린다 내로 남 불한 말 안 한다 자작글-022 2022.10.06
사랑 사랑 /인보/ 2022.10.4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말 사랑 이 나이에 무슨 사랑 제일 듣기 싫은 말이다 사랑에는 나이가 있는가 늙다, 젊다, 처럼 사랑에 나이가 붙는가 내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 사랑의 맛은 달고 쓴가 맛을 잃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내 혀는 맛을 감지한다 자작글-022 2022.10.04
벼루 벼루 /인보/ 2022.10.3 내 몸 축낸 희생이라야 보람 느낀다 태생이 검어 마음마저 검다고 하지 말라 나의 배필 먹과 사오백 번 맴돌아 검은 진한 향을 낳는다 내 몸 움푹 파인 곳 애정이 모인 곳이다 족제비 암말들 수없이 드나들어 모욕하고 가지 흰 대지 위에 족적의 묘기는 문맥이 공중을 날린 묵향 내 몸 닳아 묵향으로 번진 문어* 文語 한 편 * 문자로 나타낸 말 자작글-022 2022.10.03
비 비/인보/ 2022.10.2 한 알의 물방울이 되려 상공에서 구름의 이합집산 시기 질투 숱한 갈등은 잉태의 시련이다 이걸 견뎌 물방울이란 수액이 생성한다 물방울이 낙하의 아련함도 어지러움도 잊은 체 지상에 도달해야 할 운명 몸을 박살하면서 자하로 지상으로 스며들거나 흘러야 한다 하늘이 낳은 수정체가 바다에 닿아 대양의 일원으로 완성한다 자작글-022 2022.10.02
도서관 도서관/인보/ 2022.10.1 아무리 훑어봐도 창창한 푸른 산만 가득하다 고목으로 뒤덮은 산은 근처에 오지 않는다 일제히 새파란 꽃대들이 나에게 눈 돌린다 거의 시들어 목이 꺾인 자세로 자리 차지 한 그곳엔 눈망울에 서기가 총총 흘러나온다 책 읽는데 마음이 있으면 상관하지 않아 나의 자부심 하나로 시집을 챙긴다 내가 나아갈 길을 안내한다 안내받은 길에 시 꽃을 심어 혹시나 내 뒤를 따르는 자의 이정표 안내판이 되었으면 한다 내 가까이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내 가까이 친구 10명을 갖는 것보다 좋아 하루가 꽃길로 깔린다 자작글-022 2022.10.01
엔진 engine 엔진engine/인보/ 2022.10.1 소나타Ⅲ를 승차할 때 매일 달리고 싶었지 새벽을 박차고 60령 고개를 단숨에 넘는 쾌속 질주 아내는 속도감에 쾌감을 느끼면서 쿳션을 즐겼다 소나타 20만 ㎞ 달렸더니 덜덜덜 아무리 조이고 닦고 한들 엔진에 녹슬어 과부하에 걸린다 엑시레타를 밟아봐야 헛김만 샌다 오르막에 헐떡거림이 안쓰럽다 덜덜덜 엑시레타를 힘차게 밟으라는 원망한 눈초리가 닿기도 전에 멈추고 만다 얼마나 기다렸는데 남들은 그만한 거리를 달려도 힘차게 달리는데 쉽게 녹슬다니 고물 엔진에 정이 흠뻑 베였으니 갈아치우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다 자작글-022 2022.10.01
언감생심 언감생심/인보/ 2022.10.1 가을 햇볕이 따갑다 옹골지게 여물도록 재촉한다 도서관 가는 길은 항상 기대에 찬 발걸음으로 걷고 싶다 나이테 칭칭 감고 깜박깜박할 나이 책을 읽는다는 마음 잃지 않는다 내 앞은 하얀 종아리가 파닥거린다 갓 잡아 올린 잉어가 바닥을 친다 내 마음 회한이 서리면서 밤을 지새우고 싶은 생각을 한다는 그 심보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젖비린내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남녀가 꼭 끌어안고 앞을 간다 좋아 네가 애국하는 길이다 인구절벽에 부딪자 세파는 안락으로만 흘러간다 연애는 필수란다 결혼은 자유에 맡겨 즐기면 돼 2세를 갖지 않으려는 젊은이 생각 나의 언감생심은 늙은 고목이 생목에 벼락 맞고도 싱싱한 나무만 보면 힘 빠진 가지를 벋어보려는 언감생심이 아닌가 자작글-022 202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