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철없다

철없다/인보/ 2022.9.19 보릿고개 세대가 지금 내일 ‘안녕하십니까’를 걱정할 나이 8남매 막내가 너무 철없었다는 말보다 바보짓 했다는 말이 어울린다 바로 윗형은 우리 집 우리 문중의 등대였고 나의 모든 행로를 맡겨놓고 뻔뻔한 동생질만 했다 형의 회고록을 읽고 철없는 바보 행동에 검은 장막이 드리운다 어머니에 애간장만 태워 자란일이 부끄럽다 형들의 속 깊은 형제애 동생 사랑에 머리 숙인다 이건 유실수가 훌쩍 자라도 맨몸으로 한 해 또 한해를 지내는 철모르는 나무가 된 것일까

자작글-022 2022.09.18

한로

한로 寒露/인보/2022.918 대지를 달구어 땀 뻘뻘 흘러 더워 죽겠다는 수식어는 사라지겠다 찬 이슬 방울방울 달고 간밤은 오싹했다 초록은 바짝 긴장하고 변색을 서둘러야겠다 한낮의 햇볕이 자애로운 어머니의 손맛이 내린다 파란 하늘, 흰 구름 둥둥 바람 한 줄기 휘몰아칠 때 들판은 춤춘다 한로 방울방울, 수정이 대롱대롱, 내 고명딸이 나를 칭칭 감고 나는 사랑을 흠뻑 내려도 좋을 사랑 덩이가 들에서 한로에 정신 바싹 차린다

자작글-022 2022.09.17

경마장에서

경마장에서/인보/ 2022.9.14마지막 성찬처럼 아침상에 귀인 대접 받는다모질게 후려칠 때는 언제고극진히 모시는가.시발점에 서면 내 간이 오므렸다 커졌다내 시야가 온통 말굽 소리에진토 塵土는 놀라 어지럽다꾀부릴 일도 아니고나도 앞서고 싶다때린다고 더 달리지 않는다제발 칭찬이나 추임새로 힘 실어다오초주검에 이를 매 맞고 달려 아찔한 세상이 혼미하다결승점에서 영광은 내 것 아닌 허탈만 안긴다매질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 처절해진다

자작글-022 2022.09.14

비수리나무(야관문)

★ 비수리 나무 /인보/ 2022.9.14 ★ 우리 아파트 화단에 비수리 나무가 꽃을 가득 피워 한들거린다 산과 들에 있을 네가 여기 있다니 귀한 대접 받는다 어릴 때 고향들에 흔히 보던 것이 고향 생각이 난다 들면 날면 바라보며 혹시 다칠까 봐 지주를 세워 묶어두었다 어릴 때 같이 자란 고향 친구 찾은 듯 마음 듬뿍 보낸다 인터넷을 점검하니 야관문으로 약효를 지녀 한층 매력이 간다 더 씨족을 퍼뜨려야겠다

자작글-022 2022.09.14

99%의 노력이다

99%의 노력이다/인보/ 2022.9.12실은 두뇌는 석두인지 모른다1%의 영감으로 선두 그룹에서버둥거렸으니내 노력은 끈질기다 믿는다내 청진기로 진단하면 악착에 빌붙는다이건 내 자랑이라 나무라면머뭇거린다교사에서 승진시험에 이불 덮어쓰고 밤잠 설쳤고최고봉 오르려 각종 연구법을 배워 끝내9년을 핸들 잡아 운행했다시인 호에 올라 20년도 못 돼6,300여 편 쌓고 쓰고 지우고벼룩 간 내어 천착하려는 짓에도명시 하나 내지 못하니두뇌 한계에 도달한 지호미로 굴 뚫으려는 석두에 쨍하는 영감 내려다오99%의 노력이 나를 지탱한다

자작글-022 2022.09.12

백로

백로 /인보/ 2022.9.12 하얀 이슬 내린단다 그렇다면 하얀 바람 불겠군 여름에 그은 얼굴 하얀 이슬 맞는다면 하얗게 되겠군 문이란 문 모두 열어 놓고도 밤잠 설쳤지 백로 맞은 곡식들 알찬 속셈 채우려 서둔다 나는 온밤을 까맣게 새우겠다는 마음 등 하나 넘고 나면 판이한 낯빛 아무리 치장해 봐도 땀범벅으로 파김치가 된 얼굴 이제야 박가분 바르고 낯바닥 토닥토닥 백로 맞아 찬 이슬에 윤기 반짝반짝

자작글-022 202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