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추석/인보/ 2022.9.10 추석날은 내 무릎 밑들이 모여 더 얽히는 날이다 3년째 접어든 코로나는 변이에 또 변이되어 접종했던 안 했던 무차별 공격한다 한 번도 겪지 못한 세상을 5년을 겪고 새로운 세상에도 코로나는 꼬리를 잇고 내 덤불에 덮쳤으니 추석은 덤불 없는 민낯으로 내자의 등 밀어 위안을 한다 자작글-022 2022.09.10
스마트폰 스마트 폰/인보/ 2022.9.9 새것은 헌 것으로 된다 헌것을 쓴다는 것은 미련보다 미덕이라면 웃음거리가 되지나 않을까 점점 느려지고 말썽을 부린다 막다른 골목을 빠져나오면 그만인 것을 미련을 쓴다 스마트폰이야 느리던 빠르든 아프지 않으니 내 치아는 교체한 것이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어 견딘다 와락와락 견딜 수 없을 정도면 당장 발치하겠으나 그럭저럭 견딜만하니 어디까지 버틸지 더 빨리 대체하여 편한 시간을 누리는 것이 현명할는지 새것은 헌것이 된다 헌 인생이 오래 버팀이 재앙도 행운도 모르는 것이 삶이다 자작글-022 2022.09.10
꽃병은 말한다 꽃병이 말한다/인보/ 2022.9.8 내게는 뿌리 잘린 꽃과 물 몇 컵을 갖는다 저들끼리 속닥속닥 잘난 체 향기 뿌린다 얼굴 간수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처절하다 물만 먹고 살 수 있나 열흘 훌쩍 넘기면 이지러지는 몰골 향기랑 색감이 시들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 싱싱한 꽃 맞으려 했지 매정타 말하지 말라 탁탁 털어버리고 새것 맞는 꽃병 자작글-022 2022.09.08
야구 포수와 투수의 마음 야구 포수와 투수의 마음/인보/ 2022.9.8 일단 마운드에 들어서면 심장은 얼었다 녹았다 한다 첫사랑 애인을 맞는 듯한 예감 가슴이 울렁거린다 당신은 누구에게 포로가 되었나 올 듯 말듯 여기저기 살피는 그자의 비위 맞추느라 나는 빤히 내다보여 내 가슴이 빙점으로 싸늘하다 그자는 당신을 놓아줄 듯한 포즈 머리 위에 얹었다 가슴에 닿았다 이건 엄청난 희롱이다 쫓아가서 따귀라도 한 대하고 빼앗고 싶지만 그 마운드에 서면 일정한 규칙은 그러하지 않아야 한다 너를 놓아줄 때는 광속도로 날려 버릴 것이다 나는 그것쯤은 대비하고 포옹하는 자세로 기다린다 그러나 왜 이렇게 조바심이 날까 당신을 맞는다는 기쁨일 거야 자작글-022 2022.09.07
시냇물 돌에는 내 사랑이 있다 시냇물 돌에는 내 사랑이 있다/인보/ 2022.9.7말 한마디 잘못으로 뽀로통한 짓을후회하는지 시냇물 돌이 들썩거린다물은 흘러가도 잊기 싫은 얼굴그대로 찰싹 붙어 머물고 있다니까비가 많이 내려 큰물이 진다물살이 세게 흐른다어쩌면 그리운 얼굴도 떠내려갔을는지조바심하여 냇물을 찾았다흙탕물이 흘러 어딘지 찾을 수 없다너의 얼굴이 냇물 속 돌에 나를 잊지 않으면 박혀 있거나 떠내려가더라도 지워지지 않고 나를 그리고 있을는지 밤을 새워 너를 생각한다제발 나를 버리지 말라고 내 가슴에 굳게 새겨둔 너의 얼굴날이 밝고 냇물이 맑아 돌은 그대로 반들거리고 있었다와락 돌을 들추어보니그녀의 얼굴이 돌에 새겨 반들거리고 있었다나를 반겨주어 고맙다 자작글-022 2022.09.07
도서관 사서 아가씨 도서관 사서 아가씨/인보/ 2022.9.7 그녀는 대리석같이 뽀얗고 예쁜 얼굴에 친절이 철철 넘쳐 몇 마디 교감에 내 맘이 사로잡힌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젊은 어머니는 초등 1,2 년생쯤 되는 학생 하나씩 끼고 모정의 끄나풀을 바싹 당겨 걷는다 예쁜 꽃들이 아스팔트 도로를 들썩거린다 미래를 꽃피워낼 사랑 나무들 꽃 보고 꽃과 대화하는 맘이 열려 도서관이 꽃밭으로 활짝 피어 그 속에 잠겨 향기에 취한다 자작글-022 2022.09.07
관문시장 관문시장/인보/ 2022.9.4 30여 년 전 노점에서 시클라멘을 구입한 옛 생각에 불쑥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렸다 여느 시장과 같이 삶이 바글바글 끓는다 길바닥 노점상들 상품이 비슷비슷 각기 자기 맘을 정성껏 무더기무더기 다발 다발로 묶고 쌓아 거친 세파를 건너느라 몸짓이 다양하다 기다림에 익숙한 눈 구두닦이는 신발에 초점을 모으듯 자기 물건에 눈망울 끌어들일 화경의 초점을 태우는 일은 상술 관문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삶이 거품을 탁탁 터뜨리고 삶의 경쟁장을 보는 것 같다 자작글-022 2022.09.04
대구 칠곡 대구 칠곡/인보/ 2022.9.3 아파트 밀림이 하늘로만 뻗고 싸리버섯처럼 한 뿌리 옆은 누군지 알 바 아니라 한다 이 틈바구니에 혓바닥 핥는 일이 내일이다 문밖만 나서면 여러 얼굴을 스친다 남자냐 여자냐 성구별이 분명하면서 마음은 녹일 일은 거의 없다 그 흔한 혈연 지연 학연은 내겐 손닿지 않아 높은 담장 넘어 잘 익은 홍시 같다 아파트 밀림에 끼인 노송 자력갱생하여 피톤치드 뿌리고 이웃에 걸림돌이 안 되면 한다 뿌리 깊이 내린 나무를 옮기려 뿌리야 가지를 베어내려는 일은 꿈에도 없다 자작글-022 2022.09.03
자물쇠 자물쇠/인보/ 2022.9.2 망상이 둥둥 뜬다 분명 잠겼어 머리를 툭툭 치며 자기를 위안한다 다시 돌아가려니 너무 멀리 왔다 설마! 내 정신은 맑아 누가 나를 깜박깜박할 나이라 하나 아니거든 금방 돌아서면 잊어버리면서 아닌 척 자기를 안심시킨다 기억력 좋지 않은 다람쥐 도토리 묻어 놓고 찾지 못하면 이듬해 도토리는 발하여 숲을 무성하게 한다 까맣게 모르고 있는 편이 좋아 자물쇠는 말이 없지 주인 시키는 대로 아주 충실하거든 내 생각을 드론에 실어 감시할 수 있다면 마음이 방향 잃은 나침반 같다 종일 아랫도리가 찝찝하다 누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린 듯 망상은 소심히 빚은 산물이야 깜박깜박할 나이에 대범 하라고 내 머리 위서 바람개비는 빙글빙글 돌고 있어 열쇠는 허리춤에 매달려 달랑거리고 자작글-022 2022.09.02
밤새 안녕하신가? 밤새 안녕하신가/인보/ 2022.9.1 푸른 밤의 여로는 꽃망울 탁탁 터뜨려 밤새 안녕을 묻는 것은 허위의 짓 고산준령의 나무가 고사목으로 사리를 품고 빳빳한 뼈다귀로 또 한세상 건너려 버틴다 추수한 벼 뒷그루에 솟은 푸른 생명이 또 한철을 넘보려는 허망을 말라 된서리 맞지 않으려는 갈망은 탓하지 않지 캄캄한 길 걷다 툭 끊겨 밤새 안녕하신가? 물어도 좋은 아침 자작글-022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