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그리움에 젖어

그리움에 젖어/인보/ 2022.8.11 강물은 흘러 바다에 이르러 흔적 없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고향 산천처럼 영원히 잊지 못할 그리움 하나 같이 자라온 옥수수 같은 씨동무들 함께 부딪고 얽혀 서걱거렸는데 어느덧 천왕봉이든 목성 토성이든 떠나버려 나 혼자 마른하늘 쳐다본다 그 많고 많든 별들 둥근 쳇바퀴 돌자 우수수 살아지더니 너른 하늘 홀로 깜박이는 샛별이 외롭다 너른 바다 밀려오는 파도에 실린 그리움이 절벽에 부딪혀 사라진다고 해도 그리움 하나 부서지지 않는다

자작글-022 2022.08.11

파 뿌리 같은 사랑

파 뿌리 같은 사랑 /인보/ 2022.8.10 전생의 인연으로 원앙의 기질로 맺었다 내 삶의 전부이고 내 안의 심연이다 해님의 정기와 달님 정기 모아 내게로 기우는 향일성 대나무 이파리다 함빡 피어 향기 짙은 백합이고 새벽을 지키는 샛별 같은 눈이다 함초롬히 아침이슬 머금고 피어난 연꽃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란프라이 접시 위 사랑을 비워내기만 급급합니다 흰 파 뿌리는 언 땅을 이겨 봄이면 새 기운 솟는다 우리는 흰 파 뿌리 사랑으로 오늘을 엮는다

자작글-022 2022.08.10

백합 향

백합 향/인보/ 2022.8.9초등 때 3년간 짝이 되고 중학교 때 갈렸으나고등학교 때는 같은 도시에서 지냈다씨동무로 자라 꽃가루 같이 나눌이런 인연이 되고 싶다요사이 한창 백합 향 날린다향이 짙어지자 내 맘이 조급해진다엉뚱한 녀석이 뚝 꺾어 갈라봄은 무르익어 벌들은 윙윙거려보고 싶은 마음 불같이 피어올라그 애 자취방문을 노크했다야!이 시간에 웬일이야, 놀란 듯우물쭈물 이 근처 친구 집에 놀러왔다 들렸어대학 갈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겨우 이 말 한마디 던진다내 걱정 하지 마!마음 단단히 먹어끝내 들어오란 말 없다 비 온 뒤 죽순 돋는 듯한 느낌이다길가 제비꽃이 믿어라 믿어 하는 듯 한들거린다

자작글-022 2022.08.09

발뒤꿈치

발뒤꿈치/인보/ 2022.8.9 좀 더 무디어졌으면 좋겠다 언뜻 부는 바람에 바르르 떠는 사시나무(백양나무)이파리처럼 쉽게 반응하는 난감함이여 낙타는 뜨거운 사막 언덕을 뚜벅뚜벅 걷는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한가 걸음마 아기 뒤뚱뒤뚱 걷다 넘어져 울음 터뜨린다 엄마의 반응이 대장간 벌건 쇠붙이처럼 애달아한다 아기는 넘어지고 피탈 나고 그렇게 커간다 발뒤꿈치처럼 조금 무디어도 사랑은 그 무게 데로다

자작글-022 2022.08.09

빈손으로 떠난다

빈손으로 떠난다/인보/ 2022.8.8 이승 떠날 때 빈손임을 안다 젊을 때는 바구니 채우려 아등바등 친다 당연하지 같이 입사한 친구는 팀장 과장 승승장구해 빨리 장 자리 차지해 바구니를 채운다 나달은 물 흐르듯 잘도 지나간다 바구니 물고기 몇 마리 야! 낚시찌 값비싼 것으로 듬뿍 매달고 때로는 캭 한잔 나무란다 서울로 가는 길은 어디든 있다 남들 간 길은 싫다 더디더라도 내 손으로 바른길 내어 도달하겠다 서울 도착하면 바구니 빵빵 할 줄 알지 샛길로 채운 바구니는 잘도 빈다 빈손으로 갈 줄 알면서 샛길이든 굽은 길이든 바구니 채우려는 마음이여

자작글-022 2022.08.08

선풍기

선풍기 /인보/ 2022.8.7 바람 잘 피우면 좋은 선풍기 몇 년간 한여름 찬바람으로 생기 돋우어 주더니 네 몸 금지구역을 무지 無知로 더듬은 것이 화근인가 획 돌아서 묵묵부답이다 잠자는 바람 무슨 수로 깨우나 가라 새 신부 만나 새바람 피워내어 온몸이 붕붕 뜬다 효심의 바람이 더 시원하다 맘 놓고 불어내라 피운 바람은 내게로 온다 넓은 공간을 휘휘 빙글빙글 돌아 거실 섭씨 31,5 도의 침 鍼쯤은 눌러 불쾌 지수 따위는 쫓겨간다 여름 새 반려자 선풍기

자작글-022 2022.08.08

인생의 밑줄 치기

인생의 밑줄 치기/인보/ 2022.8.7 누구는 가랑잎 끌어모아 대궐 같은 집 지었다거나 누구는 연필 쌓아 태산에 올랐다는데 나는 이것도 저것도 이루지 못해 누가 밑줄 쳐주겠나 두 개 가지면 하나를 주는 이 두 개 모두 끌어안으려는 나에 가망 없는 밑줄 치도록 바라는 숙맥이다 어제의 삶이 아등바등 오늘은 맘 턱 놓아보자 주위 우뚝한 대나무나 소나무에 밑줄 치거나 그의 그늘에서 시안 詩眼을 더 크게 떠보자고 다짐한다

자작글-022 2022.08.07

아모르포팔루스티타눔 꽃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 꽃 /인보/ 2022.8.7 아름다운 꽃에 향기 나는 꽃은 애된 처녀다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은 꽃이다 이는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창녀다 여자는 꽃이다 꽃 같은 여자에 손가락 걸었다가 콧구멍 틀어막고 도망친 숙맥이 있다 끈끈이주걱은 꽃이다 이건 꽃뱀이다 꽃 같은 꽃이 있고 꽃값 못하는 꽃 있다 * 시체꽃.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청남성과의 다년생 꽃, 시체 썩는 심한 악취 난다

자작글-022 2022.08.07

하지

하지/인보/ 2022.8.6 해가 내 콧잔등까지 와서 화기를 불어 넣는다 어지간히도 둔감하다 발뒤꿈치 각질이 워낙 두꺼우니까 눈 붙이자마자 해님이 궁둥이까지 찾아와 재촉하는 바람에 잔 둥 만 둥 하품만 계속한다 해님이 가장 가까이서 퇴근하라 재촉한다 텃밭 김매고 채소 한 주먹 솎아 과수원 훑어보고도 그래도 남아 해님을 짊어지고 대문 연다 하지인 줄 모르고 일찍 퇴근 한다 좋아하는 식구들

자작글-022 2022.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