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찌짐이

찌짐이/호당/ 2022.7.15 화덕 불을 돋우어요 프라이팬이 가슴 달아오릅니다 가장 알맞은 시간을 놓칠 수 없지 기분 좋은 시간을 갑자기 끼어들어 가슴을 서늘하게 하다니 내 찌짐이를 망치는 일이다 지글지글하던 프라이팬처럼 내 부화가 솟는다 이놈 망친 놈을 그냥 두지 않겠다 프라이펜은 끓고 내 부화는 치밀고 찌짐이를 망친 놈에게 혼을 내야지 네가 달아나도 내 손아귀에 있지 0000 번호는 지워지지 않아 고층 건물로 들어가네 좋아, 한 바퀴 돌아오면 잡고말고 기적인지 맞닥뜨리자마자 여보시오 그따위 차를 몰아 내 기분 좋은 시간을 망쳐놓고 예! 예! 미안합니다 서릿발 덮어쓴 얼굴이 납작 엎드린 말 더는 할 말을 잃고 부푼 부화가 누그러지자 찌짐이는 지글지글 노랗게 익어가자 그는 계면쩍은 듯 사라진다

자작글-022 2022.07.15

한 여름날의 꿀잠

한 여름날의 꿀잠 /호당/ 2022.7.15 무더위는 검은 장막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해님이 없으면 기운 잃을 텐데 턱 버티고 서서 내 궁둥이를 화끈하게 쑤신다 자정을 넘고 새벽 1시를 가리키니 조금 물러서는 기세다 나의 꿈은 지급부터 불러 모은다 촉진제는 물 한 모금 우유 한 잔 시동을 소리 없는 발동기 내 꿈을 어둠의 장막을 두껍게 하면 선명해진다 따스하고 포근한 온천탕으로 꿈은 왔다 가고 나의 안부를 묻고 가장 안락한 침대다 꿈은 나와 한바탕 놀다 꼬리조차 없다 해님이 넓은 손바닥으로 업무 시작 시각이다 철썩 궁둥이를 갈긴다

자작글-022 2022.07.15

내 시간이 멈춘때

내 시간이 멈춘 때/호당/ 2022.7.14 내 시간이 멈춘 때가 있다. 호랑이 담배 피웠다는 전설처럼 뒤통수를 치면 부끄러움이 담배 연기처럼 풍긴다 암탉에 3년간 품어 태어난 햇병아리 선생 교단에 서니 암탉이 품지 않아도 먼저 섰다 해서 꽁무니를 따랐다 음악 미술 무용 체육 서예 문예 체육 등 내 재주와 무관하게 한 과목씩 특활시간을 서투른 화분에 꽃피게 했으니 지금은 그 씨앗조차 없다 부끄러움이 멈춘 시간 내 뒤통수에는 묻어 가끔 *간헐천 間歇川이 흐른다 만약 내 **몽상을 ***조소 彫塑해 보았다면 웃음거리는 족할 것이다 엉터리 햇병아리가 삐악삐악 꼬꼬댁 꼬꼬 소리는 못 내고 부끄러운 시간이 눌어붙었다 *큰 비가 오거나 우기에만 골짜기를 흐르는 내 ** 꿈속의 생각 *** 미술 재료를 조각하고 새기..

자작글-022 2022.07.14

도개비바늘 풀

도깨비바늘 풀/호당/ 2022.7.12 풀숲을 헤매며 잠자리를 잡으려 쏘다닌다 잠자리채를 휘두르거나 엄벙덤벙하거나 잠자리만 보고 쫓았다 남모르는 사이 슬쩍 목적 달성하려는 도깨비바늘처럼 집착하여 남을 성가시게 하지 않았다 그저 적당히 좋은 게 좋다는 흐리멍덩하다 남에게 우습게 보여 너까진 게 먼데 이 한마디 들어도 아무 대꾸도 못 했지 다만 악착같이 일하여 내 힘으로 이루려 했지 *빌붙으려는 짓은 아예 하지 않았어 *남에게 아첨하여 환심을 사다

자작글-022 2022.07.12

길/호당 . 2022.7.11 방방곡곡 거미줄 같은 길이 있다 길은 생각이 드나드는 혈관 같다 내가 자주 다니는 길은 남들이 더 많이 다닌 상투어 같다 상투어를 천착해 나만의 길 열어 놓으면 나의 신조시어 즉 상징어가 된다 누가 알아차려 바람 획 불어 덤불로 혹은 모래흙으로 덮을라 빨리 아스팔트 깔아 도로명 안내판 이정표를 제시하자 나만의 길 시어 생각 상징어를 제시하고 말겠다

자작글-022 2022.07.11

노부부-1

노부부-1 /호당/ 2022.7.9 90을 바라보는 노부부 남자는 귀가 어둑어둑 고주파 발산이 고지에서 고성능 스피커는 쩌렁쩌렁 뒤엉켜 싸우는 소리로 들린다 노파는 한 치의 오차를 지나칠 수 없어 마찰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좀 슬쩍 넘기지 좀 허리 굽히지 길바닥 돌멩이 걷어차이는데 그냥 지나갈 선인이 있나 고주파 목소리는 사랑도 증오도 아니다 그냥 성격이다 마른 막대를 꺾여야 끝낸다 칡덩굴처럼 질긴 줄기로 대하면 그만 칭칭 어울려 감긴다 사랑이 농익어지면 대수롭지 않은 조그마한 티 하나에 폭발할 때가 있다 이건 사랑의 증표이다

자작글-022 2022.07.09

야구경기는 보는 마음

야구 경기를 보는 마음/호당/ 2022.7.8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다 바싹 마른 가랑잎처럼 메마른 정서일까 야구 경기를 좋아해 경기장은 항상 만원 극성팬일지 채널마다 야구 중계 채널을 돌려버리는 것은 메마른 정서라 나무라면 과하다는 평이겠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성질 낚싯대 드리우고 찌를 바라보는 끈질김과 여유로움과 기대심리 나의 조바심은 허락하지 않는다 타자와 투수의 몸짓 스트라이크냐 홈런이냐 예쁜 꽃 활짝 필 시간이 너무 지루하다 여유롭게 기다리는 맘이 허락하지 않은 내 맘 온천탕에 푹 잠겨야겠다

자작글-022 2022.07.08

소낙비

소낙비/호당/ 2022.7.6 우비를 장만하지 않았다 창창 푸른 하늘은 아무 게시도 주지 않는다 맑고 상쾌하게 웃어주는 여인의 낯빛 같다 도중에 하늘에서 따발총 알 마구 쏟아낸다 아무리 맞아도 고꾸라지는 이는 없다 홀딱 맞아 땅 위는 물 흐르고 이 기회다 지렁이는 엉금엉금 즐기고 어린아이들 홀딱 맞고 춤추듯 날뛰고 이 몰골로 목적지를 갈 수 있겠나 누구에게 심히 모욕을 당한 느낌 어쩔 수 없이 내 잘못의 대가 채면은 가면을 정당화하려는 짓 이건 내 자존심을 홀딱 씻어준 교훈이다

자작글-022 2022.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