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잊지 못할 초등 친구 하나

잊지 못할 초등 친구 하나/인보/ 2022.8.5 보릿고개 시절 졸업하고 어린 가슴에 아쉬움 안고 그해 종업식 날 만남을 기약했다 핫바지 순동들에도 모이면 치룰 엽전이 필요하다 빈 주머니, 참 난감한 내 맘을 다독여 준 그 친구 바람같이 흩어져도 가슴에 담아 지워지지 않는다 하계연수 때 각 시군에 모인 동창 몇몇 자리를 했다 세종대왕을 모셔야 하는데 옆에 쿡쿡 찌른다 대납하고 이튿날 만나도 낯빛 변치 않아 나도 태연한 척 만났다 구름처럼 모였다 흩어지면 그만 천사처럼 착한 핫바지 친구 어디서 나처럼 늙고 있을는지

자작글-022 2022.08.05

고독을 즐겨라

고독을 즐겨라/인보/ 2022.8.4 고독은 쓴맛 고들빼기 쓴맛이 밥맛 깨우듯 고독을 즐기게 한다 집 앞에 50여 년 된 소나무 그간 얼마나 외로웠겠나 산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싶어 그 방향으로 비스듬하다 단념한 듯 고정한 듯하다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함께 대화하고 노닥거리고 싶다면 뭔가 지출해야 한다 싫으면 혼자 즐겨라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라 했다 집 앞 소나무는 고독을 즐기는 듯하다 쏴쏴 노래하거나 흔들흔들 바람과 함께 즐긴다 고독을 혼자만 즐기는 지표가 되라 쓴맛이 사라질 때까지 * 독일 철학자 폴 틸리히 말

자작글-022 2022.08.04

단풍잎 떨어지다

단풍잎 떨어진다/인보/ 2022.8.4 할 일 없는 서러운 나이 단풍잎은 떨어진다 낙서판처럼 보잘것없는 생이라 말하지 말라 1,2백 년 푸르름을 펼쳤다가 꼿꼿이 서서 *입적 入寂한 소나무를 보면 짐작한다 도로변 풀꽃이 씨앗을 떨어뜨린다 짓밟히고 걷어차이고 모질게도 용케도 살아가는 기질 경외롭지 않니 단풍 들면 낙엽이 순리다 아직 순리를 거역이 순리인지 발걸음이 가볍다 *불. 승려가 죽음

자작글-022 2022.08.04

대출

대출/인보/ 2022.8.3 평생 살다가 대출이란 마귀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내 주위에는 없다 알뜰살뜰 아끼고 모으고 한 뭉치 눈처럼 쌓아 가면 녹아내리는 것이 더 빨라 아파트 유리창을 닦거나 욕조에서 녹여 청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내 궁둥이를 떠받쳐주는 이 없고 아무리 뭉치고 뭉쳐봐야 메뚜기처럼 펄쩍펄쩍 앞질러 가고 내 월급 뭉치는 담벼락을 붙들고 앞질러 간 것들을 원망한다 대출이란 신기루를 알았더라면 흐르는 물을 월급 뭉치로 막지 못할 때 대출로 함께 막았더라면 지금쯤 큰 호수가 되지 않았을까 내 힘이 모자라면 도움이 필요하다 고공 행진하는 대출한 엽전이 점점 가벼워진다

자작글-022 2022.08.03

도서관 주차장

도서관 주차장/인보/ 2022.8.3 7월의 기상은 덥다 비 아니면 구름 우산을 준비하고 4바퀴를 굴린다 우회전이 바뀐 교통법에 신경을 쓴다 어린이 보호구역 건널목 일단정지 서행은 기본이지만 흐린 날씨처럼 우울하다 도서관 주차장은 언제나 만원 늦게든 일찍이든 내 시간과 일치하면 복권 당첨하듯 자리는 있다 떠나는 네 바퀴가 행운을 넘겨주었다 자가용 틈 사이 후진은 전진 주차보다 네겐 쉬었다 출산은 머리부터 아니면 다리부터 익숙한 방식이 적격이다 농경시대 부엌 아궁이 불을 땔 때 소나무 가지 끝부터 넣느냐 가지 밑동부터 넣느냐 이건 내 익숙한 방식대로다 뒤로 밀어 주차는 익숙한 방식

자작글-022 2022.08.03

해빙

해빙/인보/ 2022.8.2 널은 논바닥에 얼음판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즐긴다 앉은뱅이 스케이트 양손으로 바늘을 찌른다 씽씽 신이 나는 얼음판 놀이 하늘 날은 새들이 부러워한다 그는 날 수는 있어도 미끄러질 줄 모른다 봄이 다가온다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스케이트 놀이가 아쉬워진다 그래도 꼬맹이들은 얼음판에 올라 발을 쿵쿵 찧는다 살얼음판이 금 간다 용감한 아이는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한다 찌드득 짝짝 금이 획획 지어진다 얼음판이 더 안쓰러워 찌그덕 짝짝 무아지경으로 달린다 가까스로 둑에 닿자 얼음판에 폭삭 내려앉는다 이건 어린이의 추억이야 어린이 모험이야 해빙이 준 선물인걸

자작글-022 2022.08.02

벚나무 숲을 지나며

벚나무 숲을 지나며/인보/ 2022.8.2 벚나무 숲을 지난다 매미기 막 울어댄다 어찌 저렇게도 슬프게 우느냐 나의 무심히 측은으로 돌아선다 누군가 내 옆에서 슬프게 울면 그냥 무심히 지날 수 있을까 메마른 마음이 촉촉해질 수 없을까 아무 감각이 없다면 목석일 걸 옳지 매미는 이승을 하직하려니 매우 안타까워 우는가 보다 땅속에서 15,6년을 모진 칩거 이제야 이승에서 제 몸을 펼칠 수 있었는데 계절은 그냥 두질 않는다 물러날 채비를 하면서 슬픔에 복받치는 거야 마음껏 울기나 울어 여기 흔적 남든 않든 누구의 심금을 울릴 수 있도록 맘껏 울고 떠나자

자작글-022 2022.08.02

주변인

주변인 /아웃사이더 outsider /호당/ 2022.8.1 이편도 저편도 모두 속해있으면서 그 속에 함께 녹아들지 못한 어정쩡한 인간이 아닌가 왜 내 말은 들으려 하지 않지 그 속으로 파고들려 하면 잠겨있는 듯하다 저들끼리는 시시덕거리고 열쇠 꾸러미 달라 손 내밀어도 본척만척 혼자만 빙빙 돌아다니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아무도 손짓하지 않는다 허전한 마음이 파도로 변하여 절벽을 부딪는다 한 뭉치 마음 부서졌다가 알갱이 없는 빈 뭉치로 모였다 한다 창밖 혼자 서성이는 똥개처럼 주인은 냉큼 불러들여 먹이 주려 하지 않는다 여기도 저기도 확실히 속하지 않은 중간쯤에서 서성이는 인간인가

자작글-022 202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