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인보/ 2022.8.3
평생 살다가 대출이란 마귀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내 주위에는 없다
알뜰살뜰 아끼고 모으고
한 뭉치 눈처럼 쌓아 가면
녹아내리는 것이 더 빨라
아파트 유리창을 닦거나
욕조에서 녹여 청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내 궁둥이를 떠받쳐주는 이 없고
아무리 뭉치고 뭉쳐봐야
메뚜기처럼 펄쩍펄쩍 앞질러 가고
내 월급 뭉치는 담벼락을 붙들고
앞질러 간 것들을 원망한다
대출이란 신기루를 알았더라면
흐르는 물을 월급 뭉치로
막지 못할 때 대출로 함께
막았더라면
지금쯤 큰 호수가 되지 않았을까
내 힘이 모자라면 도움이 필요하다
고공 행진하는 대출한 엽전이
점점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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