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막걸리 한 잔 캭!

막걸리 한 잔 캭! /인보/ 2022.8.23 밑바닥에 깔린 마음을 막걸리 한잔 캭! 금방 새파란 수작에 불붙는 촉진제 밀밭 들렸다 하면 붉으락푸르락 몽롱해진다 마음을 관통하는 수로관이 이끼 낄 틈 없애는 캭! 한 잔 원활히 흐르는 묘약이다 마주해서 캭! 한 잔 흐릿한 수작을 말끔히 닦아내는 세정제를 독약이 되다니 맨날 꼿꼿한 나무 막걸리 한 잔 섞어 흔들흔들 통하는 용해제를 복용할 수 없다

자작글-022 2022.08.23

얼굴들-1

얼굴들-1 /인보/20220.8.22 동성로에서 마주친 어여쁜 처녀 잠깐 침 흘릴지라도 금방 잊을 얼굴 홀라당 벗고 물장구치던 *지지바 머시마 신기루처럼 얼른거리는 얼굴들 기왓골 이끼 낀 얼굴들이 훼방 놓고 손 뿌리칠지라도 미워하기 싫은 얼굴이다 주름 잡힌 얼굴이 밭침 떨어진 낱말 풀풀 날리다가 뒤돌아설지라도 등 돌리기 싫은 얼굴이다 사진첩 뒤적이다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곁에 둔 화분 같은 얼굴이다 * 어린아이 때 이르는 남자 여자아이의 방언

자작글-022 2022.08.22

사라진다

사라진다/인보/ 2022.8.20 사라지고 새것이 자리 차지하는 것이 자연이다 바위가 항상 바위로 있다면 나도 나로서 있어야 한다 기세등등하던 굴참나무 이파리 가랑잎 되어 이 구석 저 구석 처박히다 흙으로 돌아간다 나도 풀풀 날아 싱싱하다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꽉 채워 사라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 하루를 꽉 채우지 못한 삶이 숨 쉰다 물 반 고기 반이 사라져 물만 찰랑거릴 날이 온다 .

자작글-022 2022.08.20

청춘

청춘/인보/ 2022.8.18 노도와 같이 뱃전을 사정없이 부딪혀 깨어져도 아무렇지 않게 또 달려오고 천둥 같은 포효 버릴 곳은 푸른 치맛바람이다 꽃은 도도하고 꽃값 상장 친다 이때를 놓치지 말라 청춘의 기백 한 장 우체통에 넣을 줄 모른다 혼자 배 앓아봐야 배달 않으면 헛일 청춘 한창 물오를 때 찍은 고로쇠나무는 사랑 물 쏟아낸다 청춘 오래 머물지 않는다 꽃은 열흘 못 간다 꽃필 때 청춘을 완성하라

자작글-022 2022.08.18

기다림

기다림 /인보/ 2022.8.17 신혼의 단꿈은 기다림으로부터 시작한다 기다림에 지칠 즈음 그이는 정시에 퇴근하고 정시에 귀가는 점점 늦어진다 누구랑 고주망태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봐 애가 탄다 TV 스마트폰 저만큼 밀쳐내고 망상만 가득하다 뻐꾹새 시계가 흐릿하게 보인다 대문 번지 숫자는 지웠는지 초인 벨에 영상이 흐느적거린다 물씬 풍기는 밀밭 냄새 울화가 울컥 치민다 와락 끌어안는다 어쩔 수 없는 사이 빨간 앵두를 뿌리고 붙이고 기다림으로 쌓인 망상이 사랑으로 녹는다

자작글-022 202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