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밤새 안녕하신가?

밤새 안녕하신가/인보/ 2022.9.1 푸른 밤의 여로는 꽃망울 탁탁 터뜨려 밤새 안녕을 묻는 것은 허위의 짓 고산준령의 나무가 고사목으로 사리를 품고 빳빳한 뼈다귀로 또 한세상 건너려 버틴다 추수한 벼 뒷그루에 솟은 푸른 생명이 또 한철을 넘보려는 허망을 말라 된서리 맞지 않으려는 갈망은 탓하지 않지 캄캄한 길 걷다 툭 끊겨 밤새 안녕하신가? 물어도 좋은 아침

자작글-022 2022.09.01

풋구 먹는 날

*풋구 먹는 날/인보/ 2022.8.31 느티나무 그늘이 가득하다 일꾼들 와글와글 조무래기 재잘재잘 아낙네들 술 **버지기 연신 날라 온다 나는 애호박 ***적 한 광주리이고 귀청 댁 닭고기탕 몇 옹가지 우우 껄떡껄떡 금방 동난다 바지저고리 펄럭펄럭 어깨춤 들썩들썩 북 꽹과리 징 울려라 쳐라 퍼져라 이웃 동네까지 오늘은 풋굿 날이다 노을아! 앞서라 풍물이 뒤따른다 이 집 저 집 지신 밟고 깨갱 깽 쿵쿵 복 나오라 ****어메는 연신 음식 내 놓고 덩실덩실 한 쪽박 흥이 찰랑찰랑 막걸리 술술 흥청망청 풋굿날이다 신명 나게 한바탕 쿵쿵쿵 얼씨구나 좋다 쾌지나 칭칭 나네 *****걸쭉한 풋굿날이다 *음력 7월 백중 무렵 벼논 세 벌 메고 조금 한가한 날 택해 농민들 축젯날 **옹기 물동 *** 부침개 ****..

자작글-022 2022.08.31

팔월의 마지막 밤

팔월의 마지막 밤/인보/2022.8.30 더위를 무기로 막 윽박지르던 너 9월의 여인이 다가오자 기를 잃는다 잠들지 못한 팔월의 마지막 밤 아쉬워서 아니라 마지막 달님이 그도 아쉬웠는지 윙크하는 듯 옆구리를 쿡쿡 찔러 깔깔거린다 밀거나 당기거나 하는 순간 9월의 여인 치맛바람에 그만 정신을 잃고 몽롱해지는 동안 온천수에 잠기고 만다 맥 잃고 달아나는 달에 안녕 인사는 뒤로하고 온몸이 스르르 안정을 되찾자 깊은 잠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용왕님의 궁궐인 듯한 환락의 궁 녀를 초대하고 연회를 베풀고 용녀들의 요정 같은 춤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내 궁둥이를 철썩 때린다 해님의 넓은 손바닥 야! 지금 몇 시야 오전 10시 내 생애 가장 길게 잠긴 잠 용왕님의 용녀들이 어디 갔지 내자는 언제까지 밤의 여행이 ..

자작글-022 2022.08.29

무인도 체험

무인도의 체험/인보/ 2022.8.28 무인도에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내 삶은 내가 개척한다 나를 제외한 생명이 자란다 생명이 있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양식은 얻을 수 있겠다 숲을 헤치고 들어가면 새들이 반기고 열매가 반긴다 이만하면 살아남고 말고 열매를 따고 불을 생산하자 원시인의 법대로 나무 옹이와 옹이를 막 비벼 마찰한다 연기에 이어 불이 생성했다 골짜기 바위틈에 맑은 물이 쨀쨀 이것 웅덩이를 파고 모았다 바닷가 바위틈엔 따개비 바닷가재가 있다 이것이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겠다

자작글-022 2022.08.29

숙제

숙제 /인보/ 2022.8.27 학생으로 남아있는 한 숙제는 맘이 무거워 괄약근이 조바심한다 숙제 없는 날 이건 철봉 오래 매달리기 시합에서 버티는 고통이 그만 손 놓는 순간 맑은 냇물이 솰솰 흐르는 날이다 학생으로 남고 싶어 스스로 채찍질한다 시림 詩林의 일원으로 피톤치드는 물론 들숨 날숨이 맑지 않고 어찌 시림에 서 있겠나 내 맘의 숙제는 내가 제시하고 내 올가미 쓰고 내가 앓는다 허허 들판을 헤맨다 무시래기 한 타래 엮어 거풍한다 숙제는 숙성 중이다

자작글-022 2022.08.27

여름 나기

여름 나기/인보/ 2022.8.26 곁에 내게 치근대는 여름 맞서려 하지 말고 모른 척 詩의 계곡에 발 담그고 흥얼거려 봐 이사 가는 개미처럼 줄줄이 꼬리 무는 시어 들 미끈한 시 한 편을 무시래기 한 타래처럼 척 걸쳐 햇볕에 말리는 동안 발끝으로 밀어 올리는 찬기 이건 내 방식 여를 나기 계곡으로 강가로 바닷가로 향하여 구르는 화끈한 언어들 집 나가면 고생바가지 잔뜩 덮어쓰고 잠시 동안 여름이 피식피식 웃을 겁니다 원두막 모기장치고 누워봐 별들 제 고향 찾느라 깜박깜박 또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별똥별을 볼 것이다 나는 은유의 골짜기에서 선녀들 모욕하러 온다면 상상하다 이걸 이미지로 그려내려 궁리하는 동안 여름밤에 폭 빠진다

자작글-022 2022.08.26

빵 하나

빵 하나/인보/ 2022.8.25 삼시세끼 상차림이 버거울 나이 뒷설거지마저 관절뼈 삐그덕 이빨로 물어뜯으면 말랑말랑 식감도 좋다 밀밭을 물결치던 바람이 풋 향을 몰고 와 내 혓바닥 핥아 좋다 긴 세월 건너오는 중 이제 내 몸 내 맘대로 부릴 수 없어 상좌에 모실 성좌 상이 되는 듯 그랬으면 마음 한구석 좋으련만 한낮은 빵으로 한 점 찍어 쉬웠다 뒤 매듭 쉽게 요약하고 만다

자작글-022 2022.08.25

무도장의 요지경

무도장의 요지경 /인보/2022.8.24 광기에 끌려 발을 들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깜박깜박 빙빙 돈다 현기증이 올 듯하다 맑은 밤하늘에 광기 어린 별들이 빙글빙글 촌닭이 몽롱하여지자 내 허벅지를 꼬집는다 사람들은 물무당처럼 소용돌이를 뱅글뱅글 나는 강기슭에서 눈만 껌벅껌벅 바른 논둑길로 걷다 헛발 디디지 말라 사시 눈뜨기로 보려는 생각이 촌스럽다 난생처음 맛보는 희한한 밥상

자작글-022 202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