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기/인보/ 2022.8.26
곁에 내게 치근대는 여름
맞서려 하지 말고 모른 척
詩의 계곡에 발 담그고
흥얼거려 봐
이사 가는 개미처럼 줄줄이
꼬리 무는 시어 들
미끈한 시 한 편을
무시래기 한 타래처럼 척 걸쳐
햇볕에 말리는 동안
발끝으로 밀어 올리는 찬기
이건 내 방식 여를 나기
계곡으로 강가로 바닷가로
향하여 구르는 화끈한 언어들
집 나가면 고생바가지
잔뜩 덮어쓰고 잠시 동안
여름이 피식피식 웃을 겁니다
원두막 모기장치고 누워봐
별들 제 고향 찾느라 깜박깜박
또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별똥별을 볼 것이다
나는 은유의 골짜기에서
선녀들 모욕하러 온다면
상상하다 이걸 이미지로
그려내려 궁리하는 동안
여름밤에 폭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