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서고에서 잠자는 지식 뭉치

서고에서 잠자는 지식 뭉치/호당/ 2022.7.1 선인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당신들의 생각을 한 장만 넘겨도 양식이 된다 허기진 배를 채워 포만감을 느낀다 차곡차곡 지층처럼 양식이 석화되지 않을까 거풍하자 각각 다른 지문들 묻은 내 지문을 첨가하면 나와의 논쟁거리 하나 묻어오면 좋겠다 연람대에 오르지 못하고 서고에서 잠자고 있는 뭉치를 깨워주겠나 내가 회자하는 것이 서고에 있다니 번번이 도움 구하자니 미안한 마음 서고든 열람 대든 읽고 오는 날이 발거은 가볍다

자작글-022 2022.07.01

통조림

통조림/호당/ 2022.7.1 통조림을 회자한다 완벽한 밀봉 속에서 나의 변신은 누구의 입맛을 위한 누가 나를 타임캡슐인 척 시렁에 올려다오 시간이 멈춘 통조림 속 밖은 시간이 흐르고 한 50년쯤 잠들고 몇 대조 조상을 이장하려 굴착했을 때 고스란히 미라로 보존됐다는 뉴스 약 50년 후에 어여쁜 여인의 손에서 툭 개봉했다면 완벽한 단백질 덩이로 변신하여 입맛을 회자한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 통조림처럼 회자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었으면 한다

자작글-022 2022.06.30

7월의 향기

7월의 향기/호당/ 2022.7.1 연일 땡볕 대지는 가마솥처럼 달아 오른다 7월 너의 완강* 頑剛한 폭력이다 천둥 벼락 치며 불한당 닥친 장대비 온 산천을 검 칙칙하게 밀어 올리는 힘 옥수수 성큼성큼 옆구리에 방망이 차고 불쾌 지수 팽창하든 수축하든 훌훌 벗던 땀에 절여 칙칙하든 말든 네가 휘두른 완력 腕力은 엿장수 가위질이다 땡볕 더위 피하려 느티나무 그늘에서 모시 적삼 풀어 헤치고 부채질하는 노인들 시간이 멈춘 풍경이다 밤낮 에어컨 돌리라 켜라 시원하다 춥다 추워 이불 덮어쓰고 지세는 현대판 멍청한 짓으로 7월을 이기려는 자도 있다 네 기운 가혹하리만큼 뜨겁다 *기질이 꿋꿋하고 곧으며 고집이 셈

자작글-022 2022.06.30

죽천 앞바다-1

죽천 앞바다-1/호당.2022.36.30 여기까지 온 길이 꼬불꼬불하다 이전 길은 산과 골바람 촌뜨기 즐기는 내 콧바람을 천직에 매달려 바둥바둥할 때 앞서고 뒤서고 뺏고 빼앗기고 100미터 선수 같다 비릿한 바다 향 달려갈 레이스가 신선하게 느낀다 감정이 너무 일러 여름 지나 겨울을 겪으면 조금 알 거야 끊임없이 철썩철썩 삶을 다그친다 겨울 바닷바람 창살 후려치며 안녕을 묻는다 따개비가 바위에 찰싹 붙어 파도 한 방 맞고 지나가고 그동안을 삶의 촉이 뻗어날 시간 어디서 끝낼지 모를 따개비와 같은 삶을 달린다

자작글-022 2022.06.30

까막까질나무(주엽나무)

까막까질 나무 (주엽나무)/호당/ 2022.6.29 내 얼릴 때 까막까질 나무는 우아한 여인처럼 사랑받았다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 있듯 몸에 배긴 가시는 자기방어 수단이다 가을이면 광기 (색기) 배배 꼬인 열매 주렁주렁 달고 누가 나를 능욕이나 해주지 않으려나 은근히 바라는 듯 열매는 뱅글뱅글 광기를 부린다 남정네들 흔히들 요통이나 정력에 특효라는 낭설로 탐하려 우르르 몰려온다 어르고 달래 치맛자락 한 조각 색기 가득한 돌돌 꼬인 열매를 폭 달여 먹으면 금방 치솟는 기운 가장 인기 누리던 까막까질 나무

자작글-022 2022.06.29

소낙비

소낙비 /호당/ 2022.6.28 밤 대추 호두.... 후득 후득 떨어진다 땅에 떨어질 때 아픔이 없겠나 아픔 겪지 않은 완성이 있을까 모든 것을 단숨에 부셔 삼킬듯한 소낙비 한판 장대로 후려쳐 떨어진다 후드득 후드득 우당탕 번쩍 내 시어는 아무렇게나 흩어진다 모든 알갱이는 투명하다 꽉꽉 채운 자기완성 거기 내 시어들 문맥으로 엮어보면 투명하고 맑은 맘 잃지 않는다

자작글-022 2022.06.29

바람

바람/호당/ 2022.6.28 샛바람 갈바람 늦바람 춤바람 미친바람 등등 바람과 놀아나면 색깔 길이 보인다 어둑어둑 저물어가는 나이에 맞은바람 시어의 바람에 홀려 든다 바람을 휘어잡아 미녀든 추녀든 내 손아귀에서 논다 펜촉이 바람 일으켜 격랑 치는 파도랑 태풍을 잠재우면 어여쁜 여인이 내 시어를 사뿐사뿐 밟고 길을 터놓는다 내 늦바람은 광기 없는 생기만 부는 바람이다

자작글-022 2022.06.28

출세

출세/호당/ 2022.6.27 출세는 인간의 욕망일 것이다 잘 익은 늙은 호박 하나 애완견처럼 거치대에 올려놓고 흐뭇한 표정으로 즐겼다 말 못하는 호박인줄 알았지 칭찬 소리 핀잔 소리 온갖 말 알아듣는다 봄이 오는 것을 알아차린 호박 속으로 꿈틀거리고 있었을까 앉은 자리가 푹푹 꺼져 내려앉는다 자세히 보니 이건 썩어가는 중이다 썩는 것은 제이의 태동이다 그만 땅으로 보냈다 새싹이 돋는다 생명은 대를 잇지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맘 이건 출세의 욕망이다

자작글-022 2022.06.27

새매

새매 /호당/ 2022.6.26 활강하는 스키 멘이 공중을 내리꽂는 것처럼 새매는 활강중이다 암탉이 급히 병아리를 날개 속으로 가둔다 기운 세고 덩치 큰 수탉이 알아차리고는 주위를 빙빙 돈다 새매의 날개바람 씽씽 눈총을 쏜다 날카로운 발톱을 새운다 시위는 당겼다 빗나간 화살 암탉날갯죽지 꼭 감싸고는 나를 채어가라 어림없지 날갯죽지 속 모성이 가득하다 활강 스키 멘 곤두박질은 예삿일이다

자작글-022 2022.06.26

잠들기

잠들기 /호당/ 2022.6.25 하절기 열대야는 나를 더운 천으로 포박한다 헐떡거림은 새로운 시작의 표현이다 누웠다 일어났다 시집을 읽다 덮었다 새벽 1시에 어떤 게시 하나 이건 나의 시상이다 시상을 파서 여물게 하려 한 번 두 번 뒤집고 헤치고 맑은 물이 나온다 헉헉 소리는 잠잠하다 새벽바람이 시원하다 햇볕이 뒤꽁무니를 툭툭 친다 아차 9시 헐레벌떡 일어난다 오늘의 시작이다 천천히 도서관 문을 두드린다

자작글-022 202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