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요 寂寥한 시간/인보/ 2022.9.10
모든 초목은 침묵으로 부동자세다
그렇게 속닥거리고 부시 대고 좋아
윙윙 춤추듯 너울너울하던 네가
팔거천 물은 오늘따라 조용히 흐르고
비둘기 떼 우르르 날아 앉더니
적막감 도는 냇가에 앉아봐야
얻을 게 없었는지 그만 아무 소리 없이
날아가 버린다
5분마다 하늘 열차가 미끄러지는 소리
내 귀를 사르르 잠재우는 자장가로
들린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모든 것이
침묵 속에서 자기 위치를 지키고
코로나 핑계로 나 혼자 들길을 거닐면서
가끔 적요를 깨트리려 돌팔매로
물수제비를 뜬다
지금 낯 오후 2시 장대 열차의 긴 꼬리를
그리면서 달리는 모습이 구렁이 담 넘듯
미끄러진다
날이 맑고 하늘이 파랗다
적요 속을 가로등이 일제히 잠자고 있다
어둠을 밝혀주지만, 적요의 시간을
지켜줄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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