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10월 마지막 날

10월 마지막 날 호당 2020.10.31 내 화폭은 고정이나 구도는 달라질 것 학정로 느티나무 가로수는 한사코 새파란 눈 치켜뜨고 물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듯했다 시월 마지막 날 며칠 사이 콕콕 찌른 한기에 그만 눈 내리깔고 눈물 뚝뚝 떨구듯 노랑 한을 길바닥에 깔고 말았다 작년 내 화폭엔 마스크는 없었지 양지바른 벤치에서 따스한 손길로 마지막 시월을 채색한다 운암지 둑을 둘러싼 철 따라 꽃피는 지금은 스크렁 분홍 바늘꽃이 국화 층층이 스크랩 짜고 향기 뿝는다 따사로운 해님은 언제나 자애롭다 점점이 노란 국화 가을을 흠뻑 안고 짙게 물들인다 어린이로부터 늙은이까지 부지런히 왕래해고 적적할 뿐 띄엄띄엄 앉은 늙은 돋보기들 마스크 안으로 무념을 깨문 듯 고사목 같다 거 누구 없소 내 답답한 맘 확 쏟아 서..

자작글-020 2020.10.31

'응' 이라는 뉘앙스

‘응’ 이란 뉘앙스/호당/ 2020.10.30 불타는 연애 중 순자야 ‘응’ 나 먹고 싶어 ‘응’ 그래 나도 먹고 싶어 ‘응’ 우리 사이는 ‘응’이야 ‘응’이면 뭔지 통하는 게 있어 ‘응’ 어제 볼링 게임 먹였지 고소해 ‘응’ 어제 점심 맛있게 잘 먹었어 먹고 싶어 ‘응’ 하늘을 쳐다보며 눈 좋아해 ‘응’ 네 눈 좋아해‘응’ 그럼 우린 같은 ‘응’이야 ‘응’의 울림이, 장단이 어긋남도 모르고 그저 성급하게 햇볕만 잔뜩 끌어모으려는 마음 꽃무릅(상사화)생각이 같다면 좀 위로나 될지 ‘응’

자작글-020 2020.10.30

참새 떼

참새 떼 /호당. 2020.10.30 참새 몇십 마리가 아파트 공간에 앉았다 문득 어릴 적 참새 떼 쫓던 기억이 새롭다 가을 조가 익을 무렵 적선보다 애쓴 보람 헛농사 된다고 한사코 거부했다 특히 단물이 배어 익을 무렵 떼 지어 앉는다 이쪽에서 ‘우워이’돌팔매 *탈구는 우주를 돌려 꺾어 ‘탕’소리 얄밉게 저쪽 모퉁이에 앉아 메롱 약 올린다 결국 내가 지친다 그 얄밉던 참새가 여기서 만나 반갑다 초가 처마에 맡긴 너의 보금자리 도시에 함께 있는 네 집은 어디야 너도 머리 깨었으니 새로운 별자리 찾아 빌딩은 아니더라도 편히 잠잘 네 소유물은 있겠지 설마 노숙은 아닐 테고 인간은 제집 한 체 갖기 희망하고 하늘 치솟는 주택 걱정이란다 너는 그런 걱정 없지 언제나 짹짹 슬픈 메시지는 아닐 테고 몸 하나 움직이면..

자작글-020 2020.10.30

괄약근

괄약근/호당. 2020.10.29 간섭한다고 밥통 근육이 가로 왈짜로만 움직일까 괄약근은 의사도 다스리지 못하는 옹고집 근육이다 10여 년 전을 찾았던 의사를 면담했다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무뚝뚝 재촉한다 세월이 흘렀으니 신약이 개발되었는지 없습니다 처방전을 뗄까요 마지막 처방전을 뗄 때 실토했다 신통한 약이 없고 괄약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수술은 장담 못 한다는 최후통첩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이곳 무의식중 악취와 고통을 줄줄 흘리는 난처한 고목 한 그루 뿌리를 단단히 훈련하겠다고 아침저녁으로 조였다 느슨했다 마음대로 조정 못 하는 불수의근을 살살 달래보는 수밖에 늙음의 비애가 하나 더 첨가하다니

자작글-020 2020.10.29

안과에서

안과에서/호당.2020.10.28백내장이면 하얀 눈이 내려 덮은 줄 알고예리한 빗자루로 몽땅 쓸어냈다밝은 시야는 유리알처럼 맑아 세상이 원색으로 아름다웠다시간이 지날수록 명도와 채도는 낮아지고눈앞은 옛날로 돌아갔다지금은 눈앞에 춤추는 무리파리들이 저들끼리 이리저리 춤추는지벌들이 미친 듯이 날뛴다나는 빗금치고 아니라고 외쳤다눈알이 먹먹하고 빗금 그어도앞이 보여 뒤뚱 넘어지지 않으니 고마워해야 한다.

자작글-020 2020.10.28

인터넷 도우미

인터넷 도우미/호당. 2020.10.27 내 맘이 가벼워진다는 것은 내 짐을 대신 옮겨 주는 짐꾼 역할 때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가입하려 두드리고 지우고 자판기는 애꿎은 벌 받고 그래도 허락하지 않았다 인터넷 샅바 잡을 기술 좀 아는데 번번이 잡힌다 여보세요 목소리만 듣고도 심성이 들린다 쉽게 문 열어 들어앉아 길이 확 뚫렸다 어려운 벽을 쉽게 뚫려 준 도우미 살맛나는 시간을 아가씨에 내 맘 보낸다,

자작글-020 2020.10.27

할미꽃

할미꽃.호당.2020.10.27 어디 사랑의 비 흠뻑 맞을 때야 창창한 하늘에 별이 총총 빛났지 여우비도 아닌 우수에 젖은 치마저고리 양지바른 언덕에 말리고 거풍이 잘된 내 곁을 호박벌이 앉았으면 좋을 봄날 오후 나른한 봄꿈에 젖어버렸다 할미꽃이라 울렁거리는 사랑 모르나 오늘 밤 그대 손 내밀어 쓰다듬어 봐 나 정신은 팔팔하단다 육체는 빛바랜 아랫마을 초가지붕처럼 일그러질지라도 계곡은 습해 푸른 욕망이 파랗다 한 줄기 붉은빛은 살아있다 오면 다부지게 쏘아붙인 땡비* 화끈하지만 焉敢生心**이지 오직 호박벌 너만이라도 오려는지. *땅벌 **언감생심: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없음

자작글-020 2020.10.27

꽃 농장

꽃 농장 /호당/ 2020 .10.26나에겐 주어진 시간귀하면서도 하루가 지루하다이건 무위에 대한 죽비다오후 걷기 터벅터벅발 닿는 곳 꽃 농장나를 반기는 이 아무도 없다지린내를 무관심인 듯한 주인꽃만 방긋거렸다진노랑 국화에 가을이 소복하다다육 식물처럼 메마른 환경에서거뜬히 살아 꽃피울 수 있는 삶얼마나 대견하냐꽃은 누구는 좋고 싫고 없다우리 모두 좋은 사람 싫은 사람을품지 말자 꽃처럼 함지 공원 운암정에 모인 늙은이들 고우 고우 스톱 진짜 스톱이 내 앞에 있는 걸서산을 넘는 햇볕이 안쓰러워더 깊숙이 어루만진다.

자작글-020 2020.10.26

심증적

심증적/호당. 2020.10.25 그를 심증적으로 지목받았다 물증적인 것은 없다 당장 當場은 확정이 아니다 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 내게 이로울 게 있나 조직 내 불상사의 중심에서 심증적으로 굳은 자 평소의 믿음과 일치하는가 내 차 액세서리를 버린 적이 있다 양심을 버린 죄책감 이튿날 비 맞고 거두어왔다 채증이 확 내려갔다 심증적으로 지목받는 자 강심장이거나 견디자면 마비된 뱃심.

자작글-020 2020.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