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날 호당 2020.10.31
내 화폭은 고정이나 구도는 달라질 것
학정로 느티나무 가로수는
한사코 새파란 눈 치켜뜨고
물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듯했다
시월 마지막 날
며칠 사이 콕콕 찌른 한기에
그만 눈 내리깔고 눈물 뚝뚝 떨구듯
노랑 한을 길바닥에 깔고 말았다
작년 내 화폭엔 마스크는 없었지
양지바른 벤치에서 따스한
손길로 마지막 시월을 채색한다
운암지 둑을 둘러싼 철 따라 꽃피는
지금은 스크렁 분홍 바늘꽃이 국화
층층이 스크랩 짜고 향기 뿝는다
따사로운 해님은 언제나 자애롭다
점점이 노란 국화 가을을 흠뻑 안고
짙게 물들인다
어린이로부터 늙은이까지 부지런히
왕래해고 적적할 뿐
띄엄띄엄 앉은 늙은 돋보기들
마스크 안으로 무념을 깨문 듯 고사목 같다
거 누구 없소
내 답답한 맘 확 쏟아 서로 녹여 줄 말벗
무위의 그늘이 잔인하다
작년과 확 다른 나의 시월 마지막 날 화폭이
코로나에 움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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