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매혹되었다

매혹되었다/호당. 2020.10.24 시 쓰기 스타일 각기 다른 얼굴 근래 미녀 장에서 스타일이 확 띄는 미녀 중의 미녀 단번에 매혹한 시어에 매몰하고 말았다 내 품에 안고 싶어 미녀 명패가 모인 곳이면 샅샅이 뒤졌다 없다 그럴수록 더 품고 싶은 욕망 알라딘이* 일러 주었다 서울에 있다고 미녀의 탄생이 오래되어 더욱 희귀 稀貴한 꽃처럼 혹시나 딸애 카톡 보냈다 몇 시간 후 찾아 보냈다는 희소식 거짓말 같은 참말 매혹한 시어 내 품에서 쓰다듬어야지 닮아가야지. *중고서점

자작글-020 2020.10.25

연어

연어 /연어. 2020.10.23연어는 자기완성을 위해 회귀한다나도 회귀하는 심정으로 대해를 휘젓고 되돌아오면 미끈한 문장을 이룰 수 있을까그 짓도 못 하고 맨날 민물에서 뺑뺑이 돈다연어 꼬리 퍼덕이듯 생동감 있는 시어를공중에서 휘젓고 주둥이로 읊어냈다뱃속 가득한 시어들 알알이 쏟아내어 숙성하려 세상 밖에서 거풍하다가한 권의 시집처럼 잠깐 빛내다가잠적해 버릴 줄 알아 숨고 만다제 고향으로 되돌아오면 연어처럼 완성할까내 시어는 부화를 위한 촘촘히 엮어 남대천으로 회귀하면 자기완성 대열에 끼일까.

자작글-020 2020.10.24

느티나무 3그루

] 느티나무 3그루 /호당. 2020.10.22 한 무리에 있다 두 그루는 노랗게 한 그루는 창창 푸르게 계절에 순응하고 한사코 거부하고 고집불통 소통할 수 없어 얼마나 고집 피울 늘지 두고 보자 사근사근 붙임성 있는 사람 금방 사귈 수 있어 좋아 억지 부리고 겉으로 잘난 체하고 정작 속을 내다보면 빈 쭉 정 모두 우측통행 혼자만 빡빡 씌우며 좌측통행 부딪고 코피 터지고 싸움하고 물길 따라 흘러야지 가당찮은 문장 억지로 꿰매어 봐야 문맥 흐르지 않은 고집불통 느티나무 된다 물 흐르는 데로 흘러라.

자작글-020 2020.10.22

내 손가락

내 손가락/호당 2020.10.22 모든 사물이 내 손가락 사이로 슬며시 새어 나갔다 한 움큼의 내 욕망을 움켜쥔들 잡히는 것 별로 없다 나의 40여 년의 푸른 계절 열심히 짊어지고 일했다 세 마리 병아리에 드는 모이 값에도 빡빡했다 내 손은 털 손이 아니다 내 힘으로 이루고자 하는 손 햇볕에 비추어보면 핏기 선명하다 그래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마지막 복령 아파트 한 채 젊은 해님이 노을 비추기까지 이룬 결산이다 흘리다 흘리다 보면 샛별 반짝여 주지 않을까 손가락 사이는 점점 벌어지고.

자작글-020 2020.10.22

황사(미세먼지)

황사(미세먼지)/호당. 2020.10.21봄이 익자 중국 내륙은황사 발정기에 접어들었다증상은더부룩한 뱃속으로부터 구토물쉴 새 없이 분사하듯 한 방귀 메케한 카스지금은 미세 먼지라 일컫는다진원지 중국 내륙이란다기류 따라 바다 건너내게까지 닥쳐 마음 편치 않다앞산이 흐리멍덩하게 보이자콧구멍 칼칼 코가 매콤 비염이라고눈이 바삭바삭안면 건조증이라고 둘러댔다아닌 걸 내 글씨가 삐뚤삐뚤 문장이 뒤죽박죽발정이 이웃에 있다는 이유그 피해 고스란히 받다니내 차 유리에 내려앉은 발정의 잔해 누렇게 쌓였다베란다 창문 잠근다우선은 내 문장 바르게 쓰고읽을 방법 이것뿐.

자작글-020 2020.10.22

우박

우박/호당. 2020.10.19 오뉴월 우박 하늘이 노하여 양철지붕을 매타작하듯 ㅇㅇㅇㅌㅌㅌㅋㅋㅋㅍㅍㅍ 이건 가혹한 따발총의 난사다 곰보딱지 막 붙이면 약과다 그 선한 토란잎에 무자비하게 찢고 뚫고 그래도 받을 만큼 받아낸다 이건 또 하늘의 계엄령이다 쑥대밭이 됐다 과수원 나무 밑 널브러진 잔혹 그제야 오발이라 그쳤다 할 짓 다 하고 원망 한숨 소리 들리나 아무리 크게 외쳐도 우박만큼 미치지 않고 메아리 있겠나.

자작글-020 2020.10.21

뽀삐

뽀삐 /호당. 2020.10.20 아지랑이 피어오를 봄날 배 불룩한 허기증 간식이었으면 좋았을 걸 주린 배는 논밭 둑 산기슭으로 훑어 껍질 벗지 못한 매미 강제로 벗겨낸 속 말랑말랑 달갓지근한 풋내 어린 손가락 사이로 보라는 듯 빠져나와 허연 수염 쓰다듬고 언 듯 부는 바람에 응답 흔들흔들 곶감 소리 듣고 도망친 허황한 동화처럼 곧이곧대로 들을 듯한 어둠 장막 속 회한으로 각인된 뽀삐* 생각. *표준말: 삘기 사투리: 삐비 뽀삐,삐드기. 등

자작글-020 2020.10.20

바다 사나이

바다 사나이 /호당. 2020.10.20 넓다는 것은 그만큼 배포가 넓다는 것 평온한 논밭은 고정한 마음의 폭 바다를 항해하고 그물을 던지고 걷어 올릴 때 출렁거리는 파도를 달래야 하고 고래상어의 아가리에 환심을 사야 한다 생명의 안전이사 논밭에 비길쏘냐 고기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까맣게 잊어야 바다를 휘어잡는다 바다 사나이 억센 팔은 그물 걷어 올리는 최소한의 무게 일기예보는 생명과 연결된 지렛대 배포가 넓은 어깨 쩍 벌어진 바다 사나이.

자작글-020 2020.10.20

나무의 말

나무의 말 /호당. 2020.10.19 어디서 자리 잡더라도 내 운명이지 사람 눈 한 번 맞추지 않더라도 창창하게 자라 산을 지켜 대지를 살찌운다 붙박이는 절개다 하늘 떠받고 뿌리내려 가지 넓혀 푸른 숨 쉬어 세상을 맑게 한다 삶은 평온하랴 모진 풍상 겪고 고목 되어 쓰러지더라도 한 줌의 거름으로 또는 사리로 남는다 인간 너희와 공존한다 함부로 도끼날 세우지 말라 담뱃불 붙이지 말라 나무는 죽어도 나무다 최후 한 줌 거름으로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자작글-020 202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