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가락/호당 2020.10.22
모든 사물이 내 손가락 사이로
슬며시 새어 나갔다
한 움큼의 내 욕망을 움켜쥔들
잡히는 것 별로 없다
나의 40여 년의 푸른 계절
열심히 짊어지고 일했다
세 마리 병아리에 드는
모이 값에도 빡빡했다
내 손은 털 손이 아니다
내 힘으로 이루고자 하는 손
햇볕에 비추어보면 핏기 선명하다
그래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마지막 복령 아파트 한 채
젊은 해님이 노을 비추기까지
이룬 결산이다
흘리다 흘리다 보면
샛별 반짝여 주지 않을까
손가락 사이는 점점 벌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