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아파트 경비원

아파트 경비원/호당. 2020.10.6평생 직업도 경계선에서 물러났다회전의자가 배웅하고명패가 따라왔다 나는 아파트 경비원 *세파트 shepherd 역할이 변형되어 빈 병 박스 등 폐기물 처리 청소에 하루가 저문다회전의자가 빗자루질하는 손이라고 자존심도 빗자루가 아니야왜 반말이야 이래라저래라내 일 충실히 하는데 머리 꼭대기에 밥풀 떨구지 말라내 직을 보습으로 깊게 갈고 있어깊은 이랑 뭉개지 말라내 심장 먹물 흘러들 때가슴 쓰리다따뜻한 말 한마디에 네가 돋보인다내 경비직에 충견이 된다똥개처럼 생각 마라.*개 품종의 하나: 늑대와 비슷 사람을 잘 도와 영리하고 충직하다

자작글-020 2020.10.07

가을 한 점 스케치

가을 한 점 스케치/호당. 2020.10.4 학정로 느티나무 가로수는 가을을 거부하는 몸짓이 푸르게 생동한다 나야 세월에 실어 자연에 갇혀 거부할 수 없다 일요일의 행로는 요소에 행상들이 목을 잡고 간절한 마음이 내다보인다 삶의 무게가 가지 끝에 매달려 버거운 듯 반면 상품(농산물)은 낮잠 자는 듯하다 여기에 목줄 매인 밧줄이 처연하게 느껴진다 줄 이은 젊은 남녀 산행 배낭에서 푸른 정기를 깔고 지나간다 휴일의 스케치는 평일과 다른 구도다 내 행로의 종점 맑디맑은 운암지가 내 얼굴을 비추어준다 내가 함지산을 짊어지고 깊숙이 박혀있어 잠시나마 시간이 멈춘 듯 생의 한 점 조명할 수 있어 마음만 푸르다 가을 한 점 스며들어 일요일을 요약한 내 스케치가 푸르다,

자작글-020 2020.10.05

조심조심

조심조심/ 호당. 2020.10.3 조심만이 내 몸 지키는 일이다 대문 닫고 TV를 지키는 이는 가장 확실한 조심이다 질병 관리에서 보낸 메시지는 하루 몇 통씩 조심만 쌓고 이건 21세기 문명에 달라붙은 수치다 공원 광장엔 어린이 학생들 자전거 킥보드 비이엠 beam만 뱅뱅 돌고 ‘설마’라는 부사어 한 잎만 믿고 논다 바람도 조심하는 듯 행로를 자제하고 수목은 푸른 맘만 펼치고 역시 침묵한다 벤치에 이곳저곳 몇몇 옷가지들 침묵이 미덕인 듯 무념인 듯 무골 無骨인 듯 기도하는 맘으로 조용하다 햇볕만 믿어도 되겠다는 맘으로 바깥을 밟는 이는 설마 내게 바람이 몰고 오지 않겠지라는 믿음에 조심이 상위에서 제어한다.

자작글-020 2020.10.04

10월에

10월에 /호당 2020.10.1 올차게 영글어 떨어지게 할 드높은 파란 하늘 보려 그 많은 꽃피다 땀 흘리다 여물게 할 시간 흘렸다 천둥 번개 번쩍 소나기 무지개다리 건너 허리 굽혔다 폈다 쓰러졌다 일어섰다 땀 흘린 보람으로 여물어 갔다 조금만 버티면 옹골지게 떨어질 걸 낙과 낙수처럼 됐다 슬퍼 마라 먼저 떨어진 것뿐 자연이 한 것 못다 채운 자루 꽉꽉 채워 올곧게 여물게 하는 10월.

자작글-020 2020.10.02

기항지 (寄港地)

기항지 寄港地/ 호당. 2020.10.1 바다의 집시처럼 지정받은 기항지에서 드높은 방파제를 쌓다가도 짐 꾸리기 몇십 번 자리 펼 분통같은 골방에도 있을 것 있어야지 없는 것 더 많아 삶이 녹녹하지 않아 메말랐다 지금까지 포구 포구 어항 어항 항만 마지막 기항지가 항만이다 4,000톤급 항구호를 핸들 잡고 운항했다 경계선에서 손을 놓았다 함지산 기슭이 마지막 기항지다 여기서 얼마나 더 뻗칠까. 영등포의 밤 메로디.html (1,218)

자작글-020 2020.10.01

9월 마지막 날

9월 마지막 날/호당. 2020.9.30 내일 추석이란다 날씨 화창하게 웃고 코로나는 어디선지 위협의 대상으로 명절 망쳐 놓고 알게 뭐냐고 확확 세력 뻗는 일이 내일인데 네 악질이 훤히 보인다 그래그래 너 때문에 단념한다 뭐 명절이 별거냐 늙은 눈앞엔 피붙이 얼씬거리고 연분홍 말 오가면 명절이지 뭐 학정로는 조금 바빠진 것 같다 내 걷기 행로는 낯빛 변치 않고 내 심연을 재고 있었다 9월 마지막 날의 내 메모지 규격은 그대로 9월아 서른 날 내 심연에 고인 허튼 생각 꾸러미들 말끔히 데려가다오.

자작글-020 202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