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조심/ 호당. 2020.10.3
조심만이
내 몸 지키는 일이다
대문 닫고 TV를 지키는 이는
가장 확실한 조심이다
질병 관리에서 보낸 메시지는
하루 몇 통씩 조심만 쌓고
이건 21세기 문명에 달라붙은 수치다
공원 광장엔 어린이 학생들
자전거 킥보드 비이엠 beam만
뱅뱅 돌고
‘설마’라는 부사어 한 잎만 믿고 논다
바람도 조심하는 듯 행로를 자제하고
수목은 푸른 맘만 펼치고
역시 침묵한다
벤치에 이곳저곳 몇몇 옷가지들
침묵이 미덕인 듯
무념인 듯 무골 無骨인 듯
기도하는 맘으로 조용하다
햇볕만 믿어도 되겠다는 맘으로
바깥을 밟는 이는 설마 내게
바람이 몰고 오지 않겠지라는 믿음에
조심이 상위에서 제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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