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금 도매금 /호당. 2020.9.28 농산물 집산지 경매장 겸 매천시장 추석을 며칠 앞둔 날 삶이 바글바글 끓는다 주차장은 만원인데 꼬리 물고 공판장 경매 끝은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농부는 체념한 듯 도매금인데 뭐 농산물들이 저마다의 얼굴로 향기 뿜고 향기만큼 값 치러라 한다 여기는 도매금이 아닌 거든 나도 도매금으로 넘어가면 억울하지 그래 얼마냐 계산기를 작동했으나 먹통이다. 자작글-020 2020.09.29
붙박이 붙박이/호당. 2020.9.27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간 여기 붙은 지 20여 년 어디 갈 여력 없다 내 머리 위는 수많은 매체 TV, 신문, 스마트폰 등 입에서 말이 많다 어느 쪽이 진인지 겉보기는 그럴 듯 겉과 속이 균형 잡지 않은 시이소 같다 나는 44번 버스 승객이다 방관자는 용이라도 써야지 내 몸 가누기 힘들다 구경꾼이라면 응원 손뼉을 보내는 게 도리 그것도 할 수 없는 도롱뇽 촉수만 흔들 뿐 이사 간들 붙박이까지 뜯어 갈 수 없잖니 모두 붙박이 되어 알찬 뿌리 내려 얽혀 힘차게 성장하고 뻗기를 바란다. 자작글-020 2020.09.27
그리움-1 그리움-1 /호당. 2020.9.26 불 끄지 못한 이 밤 내 눈은 반짝인다 불 끄면 밤하늘 별처럼 초롱초롱 눈빛 그대 가슴에 달아주고 싶은 소나무 골짜기에서 피워낸 장미 한 송이 불 켜면 새빨간 꽃 입술에 붙은 향 다가 안으면 빈 가슴 불쑥 솟은 찔레순 향인가 등 넘어 재 넘어 불어온 나비의 후각으로 맡아 내 몸엔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는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는 밤 지새우는 그리움 하나, *phenyl ethylamine:사랑의 호르몬 일종 자작글-020 2020.09.26
동화사 경지에서 동화사 경지에서/호당.2020.9.26 동화사 경지 일주문 들어서니 인파 꾸역꾸역 벌써 불심에 배긴 듯 합장하고 절하고 경건했다 나는 절여도 소금 팍팍 쳐도 살아나 퍼덕퍼덕한 배춧잎이 되어 허튼 생각 한 꾸러미 가슴에 박힌다 인파 중 앳된 처녀가 뇌리에 꽉 박힌다 지독한 불심 베인 듯 진지하다 졸졸 꽁무니 따르며 그래도 암탉이면 수탉 볏 물고 사정없이 업혀 봤으면 햇암탉으로 삶은 주왕산 삼계탕 땀 뻘뻘 흘리며 후닥닥 한 그릇 비위 냈으면 먹고 싶은 충동 복슬복슬 토실토실 뽀송뽀송한 털 슬쩍 스치고 싶은 마음 이건 욕정이야 노망 108배 올려도 모자랄 비우고 훑어내야 해 그때 범종 소리가 귀를 때린다 정신 차리라 마음은 젊어 팔팔한걸. 자작글-020 2020.09.26
칠곡 마을 버스 칠곡 마을버스/호당. 2020.9.25 칠곡 마을은 넓다 뺑뺑이 도는 마을버스 순박한 마음 가득 채워도 좋고 텅텅 비어도 좋다 내가 돎으로써 마음 편해진다 안부 주고받고 인심 주고받고 소식 주고받고 칠곡이 편해진다 내 핸들 뒤뚱 거북해하는 노파 부추겨 주고 부랑자 나무란다 버스 안은 화기애애 한마음이 된다 들길을 달린다 누런 벼 고개 숙여 반긴다 하늘 날던 새 하강 상향 구석구석 훑어 쉼 없어 칠곡은 밝게 흐른다. 자작글-020 2020.09.26
행여나 행여나 /호당. 2020.9.25 가장 선망했다 시 한 편 버젓이 들어내 말미에 적어두면 가슴 뿌듯하지 이름 없는 풀꽃이 후미진 곳에서 산등성에 이름 올렸지 천도복숭아 따는 마음으로 전국에서 모여든 로또 상자에 해마다 마음 몇 편 슬쩍 넣고 행여나 복권 행운 기다리고 남들 남긴 발자취 반들반들하도록 밟고 또 밟고 그 바람에 내 발자국이 선명해졌고 행여 바라는 어리석은 짓 실수다 십여 년을 무식 바람 불어넣고 업무 방해하고 천도복숭아 따서 가슴 펴려는 무식이 펼친 행여나 꿈이 부끄럽다. 자작글-020 2020.09.26
구절초 구절초/호당. 2020.9.25 찬 서리 거뜬히 이겨 내 욕망 한 뭉치 피워냈다 이름 모를 후미진 곳 그간 맘 졸였었다 삶이 어찌 평탄만 있으랴 삶의 외부는 모두 견뎌야 내가 산다 태풍 지나갈 때까지 누워 기다린다 산새들 우짖어 힘 실어주었고 선한 바람 어루만져 주었다 내 생에 가장 꽃피는 시간을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좋아 하늘이 알고 산새가 알고 이만하면 됐다고 자부한다 이름 없는 풀꽃은 모두 그렇게 살아 한 세상 잘 살아 꽃 피운 구절초. 자작글-020 2020.09.26
꽃 피는 동안 꽃피는 동안/호당. 2020.9.24 봄 여름 가을 겨울 가을 나서 젊고 늙고 나고 이런 일 있겠나 꽃피는 동안 요염 피워 향 뿜고 채우고 비우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이것만 아니다 허송한 나뭇잎 떨어지자 후회한 마른 잎 쌓지 말라 가둔 향 새어 나간다 꽃피는 동안 잠깐이다 끝난다. 자작글-020 2020.09.24
어린이 어린이 /호당. 2020.9.23 젖비린내 한참 벗어난 어린이들에서 바글거린다 맑은 시냇물 졸졸 재잘재잘 귀여움 한 뭉치들 엄마아빠 꿈이 생동한다 새싹 파릇파릇 햇볕 짙게 지문을 뜬다 뛰어라 날라라 펼쳐라 순백 때 묻지 않은 병아리 큰 대들보를 장담해도 될 희망 한 뭉치. 어린이 2020.9.23 자작글-020 2020.09.23
산 넘어 산 산 넘어 산/호당 2020.9.22 산을 넘으면 평지만 있는 줄 고장 수리 고장 수리 산 넘어 평지 산 넘어 평지 평지 평지 어제까지 스마트폰과 PC가 함께 손잡고 평지 길만 걸었다 갑자기 마음 돌아 너는 너 나는 나다 내 핸들에 반항이다 카메라 영상을 PC가 거부했다 내 손으로 조정한들 서툴러 원인을 못 찾았다 카메라 설정이 원인을 자문받아 PC를 달랬다 산 넘어 산 넘었다 평지를 달린다 사는 것이 그런 거다. 자작글-020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