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 저녁 산책 /호당. 2020,9,14 오늘 삼식은 끝냈다 바깥은 밝아 발길 가는 데로 여기 젊음의 골목이다 싱싱한 풋내 물씬 풍긴다 어둠이 내려앉아 네온 불이 살아났다 풋살구 같은 젊은이 쌍쌍이 홀 가득 메우고 마주 보고 풋과일 깨물어 주고받고 흐릿한 눈이 흘끔 하고 어리둥절했다 꽃 피울 계절을 재촉하는 듯 펼쳐라 나 짙푸른 철지나 느릿느릿 나무늘보보다 더 여유롭게 저녁 산책로에 잿불이 달아오른다. 자작글-020 2020.09.15
추어탕 추어탕/호당. 2020.9.13 훌쩍 떠난 새 이맘때쯤 돌아올 텐데 기다린다 가끔 찾아와서 반갑다 내 앞서 눈빛이 반짝거린다 목 칼칼하고 끈적끈적 갈수기처럼 말라가는 무논에 추어탕 향으로 가득 처방했다 허둥거리는 나이 상차림도 버거운 근력 반찬이란 국 한 팩씩 가득가득 몇 날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오늘 상차림이 푸짐하다 추어탕 허겁지겁 말아 넘긴다 특유한 향 특유한 맛 네가 주고 간 마음인 듯 시들한 기가 살아났다 밥 먹기 싫어지도록 입맛 돌아오지 않는다고 투덜투덜하던 당신 저녁밥 추어탕 비우는 입술에 장미 활짝 피웠다. 자작글-020 2020.09.13
가을의 문턱 가을의 문턱 /호당. 2020.9.11 계절은 가을을 꼿꼿이 세워 놓았지만 여름은 꽁무니를 흔들어 버틴다 도로를 질주하는 쾌감은 버팀의 진행형이다 들판 벼도 한사코 푸름을 붙들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가지 끝을 매달려 껄껄 웃는다 너희 놓는 날부터 꽉꽉 채우지 나는 누렇지만 미래를 붙들고 큰소리 뻥뻥 내 앞에 시뻘건 국물이 뽀글뽀글 혀를 기다리니 기쁨이야 버틴 열매다 한사코 버틴 결말이 성숙만 바란다 가을의 문턱에 선 넋두리 하나 버틴다 자작글-020 2020.09.11
나침반 나침반 /호당. 2020.9.11 초기는 언제나 벌벌 떨었지 콜록거렸지만 아무도 감기 앓지 않았다 풍향계처럼 정확했다 내 맘의 나침반은 좌정하다가도 달콤한 바람 꾀임도 모르고 덜컥 정 방향인 줄 최면에 깰 때는 떠난 애인의 뒷모습만 그린다 누굴 대하든 바른 맘 바른말 바른길 제시하는 나침반. 자작글-020 2020.09.11
학정로 학정로/호당. 2020.9.10 온몸에 뻗은 큰핏줄 간헐천처럼 한 줄기씩 또 한 줄기씩 온몸이 살아 따스하다 큰 물길이다 흐른다 숨이 차 한숨 돌리고 목이 가는 병 거꾸로 물 쏟아지는 듯 콸콸 마음 전달하는 통로다 마음과 마음을 얽어 생기를 흐르게 하는 통로 생명줄이다 깊은 계곡 이 산과 저 산 사이 잇는 외줄 외줄 따라 생명수 흐른다 학정로는 약동한다. 자작글-020 2020.09.10
대구시 희망 지원금 대구시 희망지원금/호당. 2020.9.9 어지럽다 가끔 나를 잊고 뱅글뱅글 돌 때가 있다 코로나로 인한 간접피해 울화병이 터졌거나 답답해 고통 받았으니 희망을 준단다 내 병은 할 일 없는 무위고의 흰 구름이다 바람 부는 대로 떠다니는 것 비 한 방울 맺지 못한 구름에 희망 준다면 은빛 짙은 구름이 될랑가 밤이면 찬 이슬 내려 촉촉이 적셔 주면 이것 또 희망이 아닌가 새 기운 집어넣어 펄펄 하겠다 나라 곳간을 젊은이에 떠넘겨 미안하다. 자작글-020 2020.09.09
하얀 메모지를 위한 하얀 메모지를 위한/호당. 2020.9.9 긴긴 겨울밤 불 끄지 못한 나와 함께 누운 하얀 가슴은 애절한 기다림이 있다 그윽한 향기를 맡고도 채워주지 못한 꽉 막힌 필력 筆力 자괴심만 쌓는다 향내에 취하면서 겨우 당신을 사랑해 이 한 마디 문득문득 밝은 새벽에 치솟는 메모지를 위한 하얀 상념 想念이 있을는지 한심한 나를 자책한다. 자작글-020 2020.09.09
한 번도 겪지 않은 세상 한 번도 겪지 않은 세상 /호당. 2020.9.8 내 삶은 한 번도 겪지 않은 세월을 맞고 산다 허기진 배 움켜잡고 가뭄 타는 메마른 땅에 뿌리박고 꿈을 키웠으니 전깃불 환한 따뜻한 방에 에어컨이 LED TV가 스마트폰 승용차 겪지 못한 것으로 갈아치워 새것만 맛보아 밝은 시간에 편승했다 컴, 스마트폰 키 두드려 내 *아바타 (Avatar)는 희한 稀罕한 아가씨를 불러 내 국내는 물론 우주에 대해 노닥거린다 때로는 문득문득 휘발할 때가 있다 내 앞 창문 열면 변치 않은 민주 호에 편승하여 깊은 계곡을 외줄에 묶여 건너면 한 번도 겪지 않은 세상이 있다 한다 예매표 들었지만 그때까지 살려나.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시각적 이미지 자작글-020 2020.09.08
꽃댕강나무 꽃댕강나무/호당. 2020.9.7 여기 소복소복 모이면 미미한 존재 아니다 앙증맞은 꽃 한들한들 거기 우리의 사랑 향 뭉칠수록 우리의 존재는 확 드러낸다 새하얀 사랑 피워 방긋방긋 윙크에 무심한 메마른 가슴 드러내지 말라 손 뻗는 이에 순수한 마음으로 환영 아끼지 않는 게 본성 사랑받고 사랑 더 안겨 주는 꽃댕강나무를 알라 자작글-020 2020.09.07
무작정 무작정/호당. 2020.9.6 코로나 위력은 무고한 식물에까지 잔인했다 거의 30년생 느티나무를 싹둑 베어버리게 했다 느티나무 둘레를 감싼 원형 의자 늙은이들 마스크 쓰고 無爲苦를 삭이는 그늘이 흔적 없다 코로나보다 더한 무위고를 깔아뭉개도 응원하는 의자 그 앞 정자 두 곳도 부숴버려야지 정자에 바글거리든 느티나무 그늘에 기대든 코로나는 무작정이다. 자작글-020 202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