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호당. 2020.9.13
훌쩍 떠난 새
이맘때쯤 돌아올 텐데
기다린다
가끔 찾아와서 반갑다
내 앞서 눈빛이 반짝거린다
목 칼칼하고 끈적끈적
갈수기처럼 말라가는 무논에
추어탕 향으로 가득 처방했다
허둥거리는 나이
상차림도 버거운 근력
반찬이란 국 한 팩씩 가득가득
몇 날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오늘 상차림이 푸짐하다
추어탕 허겁지겁 말아 넘긴다
특유한 향 특유한 맛
네가 주고 간 마음인 듯
시들한 기가 살아났다
밥 먹기 싫어지도록
입맛 돌아오지 않는다고
투덜투덜하던 당신
저녁밥 추어탕 비우는 입술에
장미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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