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말 /호당. 2020.10.19 어디서 자리 잡더라도 내 운명이지 사람 눈 한 번 맞추지 않더라도 창창하게 자라 산을 지켜 대지를 살찌운다 붙박이는 절개다 하늘 떠받고 뿌리내려 가지 넓혀 푸른 숨 쉬어 세상을 맑게 한다 삶은 평온하랴 모진 풍상 겪고 고목 되어 쓰러지더라도 한 줌의 거름으로 또는 사리로 남는다 인간 너희와 공존한다 함부로 도끼날 세우지 말라 담뱃불 붙이지 말라 나무는 죽어도 나무다 최후 한 줌 거름으로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