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클어진 실타래 헝클어진 실타래 호 당 2013.11.27 아랫목 윗목으로 갈라놓은 방바닥 아랫목에는 헝클어진 실타래가 저마다 아우성이 높아요 깃대를 들고 앞장선 안내자를 따르지 않는 관광객들이 어쩌자고 이탈할까 더 좋은 볼거리를 찾아보고 있단 말인가 내 앞으로 모이라 외치지만 헝클어진 실타래 실.. 자작글-013 2013.11.27
눈요기하다 배 채웠다-해인사에서- 눈요기하다 배 채웠다- 해인사에서- 호 당 2013.11.8 해인사의 대명사 팔만대장경 그 이름만큼 인파 북적거리는데 모두 맹물이 되어 겉핥기로 찔끔찔끔 맹물 방울 떨군다 나 속물이 망막에 잡힌 것만 슬쩍슬쩍 책장 넘기듯 했지 눈요기를 많이해도 마음 채워 배부르지는 않아 나도 그 경지.. 자작글-013 2013.11.27
행복이 드나드는 문 행복이 드나드는 문 호 당 2013.11.24 행복이 드나드는 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야 가슴을 열고 마음을 열어두면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거야 도요새가 날개 퍼덕이고 목말 타고 고개 쳐들고 소리 내는 것은 행복의 날개가 활짝 펴고 있기 때문이다 철철 옷 갈아입고 새떼를 불러들이는 산은 .. 자작글-013 2013.11.24
언덕을 허물고 고양이가 올라가 언덕을 허물고 고양이가 올라가 호 당 2013.11.24 고루한 그 골목엔 남성 우월만 가득 쌓여 큰소리 한마디 못하는 여성의 목소리 수동적인 밤을 여는 시대는 지났다 누구의 소유물로 어두운 시간의 부속물 논밭만 주업, 폐쇄한 시간을 몰아내는 서양바람이 불기 시작했어도 고양이는 높은 .. 자작글-013 2013.11.24
詩간 여행 詩간 여행 호 당 2013.11.24 낭송은 음악을 타고 고요히 고요히 흐른다 마음을 싣고, 음향을 싣고, 詩香을 싣고 출렁거리지 않고 조용히 조용히 흘러간다 서정의 밧줄을 팽팽하게 하는 낭송 나는 서정의 바다에서 헤엄친다 긴 묵언으로 밧줄 당긴다 작가의 입술에서 서정이 묻은 시의 이파리.. 자작글-013 2013.11.24
도시로 내려 온 멧돼지 도시로 내로 온 멧돼지 호 당 2013.11.21 도시는 인간의 독점물이 아니지 식량은 산수급수 인간은 기하급수 우리도 기하급수야 미치지 못하는 식량 때문에 말이다 산에서만 식량을 해결하라는 법은 없지 인간들이 훔쳐갔으니 보복은 당연하지 마음 졸이지만 내려가야겠어 너희 길목에 지뢰.. 자작글-013 2013.11.21
바람이 치솟아 분다 바람이 치솟아 분다 호 당 2013.11.19 연달아 재채기했다 내 기진이 그물망을 뚫어 안개에 실려 밖으로 분산했다 줄줄이 뻗어낸 더러운 욕망이 가슴을 졸이고 몸이 오싹 거린다 한 움큼 쥔 허세를 공중으로 날려버린다 내 재채기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내 진을 모두 빼내어 공중으로 흩뿌리.. 자작글-013 2013.11.20
홀로서기 홀로서기 호 당 2013.11.16 햇살 등지고 기계 소리 들리는 곳에 활자를 더듬거나 머리가 빠개지게 일하는 문짝 틀은 꼭꼭 닫혀있다 뭐 문고리 당겨봐야 거절 부모님 호주머니로 벌려 놓은 휴대폰 가게 반값 똥값 외치는 소리는 한 집 건너 다닥다닥 들리고 애타게 두들겨봐야 시큰둥 알만한 .. 자작글-013 2013.11.16
삶의 발광체 삶의 발광체호 당 2013.11.13 생의 끝자락에서도 흡인력을 떨치는 광채 光彩가 있을까 강력한 자력이 묵은 세월에 녹슬고 검버섯에 녹아내린 쇠막대에 아직 속성이 발동하고 있다는 걸까 희미한 불빛 그것도 깜박거리는데 불나방이 날아온다면 즐거운 비명이라도 울려야 할까 가슴 울렁거.. 자작글-013 2013.11.15
퇴행의 발자취 퇴행의 발자취호 당 2013.11.12 환한 세상의 TV는 눈을 어지럽힌다 그러던 내가 누구에게 홀린 지 몰라 나 몸에 이상한 털이 나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짐승의 울음 같은 것만 훌훌 내뱉고 밀림 속으로 빨려들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헤맨다 내 눈은 횃불을 켰지만 허깨비만 보인다 자세히 .. 자작글-013 201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