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치기 그물 치기 호 당 2013.11.12 걸려들라는 것이다 허공을 얽어매고 나는 숨어 망원경을 쓴다 나무 기둥을 세워놓고 얼개로 촘촘히 엮은 그물망을 친다 아무도 망을 탓하지 않지 재수 없는 놈은 아니고 재수 좋은 놈만 걸려들지 잽싸게 얽어 묶는 달인으로 놓치는 법이 없지 그물망에 걸린 어부.. 자작글-013 2013.11.13
박쥐 박쥐 호 당 2013.11.12 내 눈이 퇴화한 것이 아니며 허공을 주름잡는 것도 어둠 때문이지 광명은 나의 적이지 낮보다 밤을 쉽게 헤엄치고 출렁거린다 나를 야행이라 비웃지 말라 어둠에서 내 눈동자는 빛나지 땅에서는 거치적거림 때문에 내 행보는 어눌하고 허공의 밤은 낙원의 바다이거든.. 자작글-013 2013.11.13
해인사 뜰에 고통의 무게 해인사 뜰에 고통의 무게 호 당 2013.11.8 해인사 대적광전 大寂光殿 앞마당에 부려 놓은 붉은 보자기가 크고 작고 올망졸망한 것이 지금 이 시각 나의 어깨로 짊어진 고통의 무게라 생각하는데 삶의 무게는 마음의 무게일까 천 만석, 천 만냥이 행복의 눈금이 아니지 고통의 보자기가 가볍.. 자작글-013 2013.11.10
함지산의 가을 함지 산의 가을 호 당 2013.11.5 곱게 차렸네 화사한 여인이 거울을 거꾸로 짊어지고 물구나무서기 해도 아름답네요 운암지는 가슴 깊이 새겨 반기고 있어요 고운 님 기다리나 봐요 행복한 남자는 걸맞지 않게 얼굴 붉혀 허둥거리네요 뒤따르는 앳된 처녀가 입 활짝 벌려 숨 내뱉을 때마다 .. 자작글-013 2013.11.05
슬렁거리는 논두렁 술렁거리는 논두렁 호 당 2013.11.4 너른 들판이 무논이다 모를 심고 벼로 추수할 때까지 마음 졸였다 술렁거릴 때가 제일 좋았다 어린 새끼 물가에 내어 놓은 것처럼 한눈팔지 않았다 나 보라는 듯 가슴 펴고 키웠다 여름 아가씨 종아리처럼 미끈미끈하게 키워냈지 푸른 혈기로 통통하게 .. 자작글-013 2013.11.04
어머니의 유방 어머니의 유방 호 당 2013.10.17 내 얼릴 때 피둥피둥한 소나무를 베어왔다 얼어붙은 겨울에 소나무도 바짝 긴장했을 때 도끼 한 방에 짝 갈라지며 항복했다 양지바른 울타리 앞에 쌓아두면 봄볕에 바싹바싹 말라 달각거렸다 그것이 어머님의 유방 같아 내가 빨아대고 자랄 때 젖꼭지를 바.. 자작글-013 2013.11.03
인터넷 꽃들 인터넷 꽃들 호 당 2013.10.17 마른하늘로 날아 내 컴퓨터에 문 열고 들어와 얼굴 내밀고 내 여기 꽃 피었어요 그 꽃이 한두 서너 송이면 반가운 일이지만 백 오십여 송이가 다발로 융단 폭격하듯 닥치니 아무리 꽃을 좋아한들 밤 구석 어둠에서 사향을 뿌린들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한 .. 자작글-013 2013.11.03
수초가 길을 찾다 수초가 길을 찾다 호 당 2013.11.3 가장 좋은 것이 물같이 사는 것이라는 말 들었다 그것 참 쉬운 것 같아 살아보기로 했다 물이 흐르는 데로 따라 흐르면 될 것 같은데 부딪혀 내 맘 박살이 나다 금방 합치고 곤두박질치고 삶이 쉽지 않네 흐르며 삶을 방어하고 지면서 살기란 간을 다 빼놓.. 자작글-013 2013.11.03
검버섯 핀 사과 검버섯 핀 사과 호 당 2013.11.2 붉게 익은 사과밭에 드문드문 검버섯 핀 사과들 상품으로 늙어버렸지만 단물은 고스란히 간직했는데도 비켜 둔다 한 때 붉게 익어 사랑받고 있을 때가 있었다 포구에 배 갖추어 어린 양을 실어 날라 키웠지 살맛나는 포구를 움켜잡고 어린 몸무게를 늘렸었.. 자작글-013 2013.11.03
황악산 직지사에서 황악산 직지사에서 호 당 2013.11.1 가을 햇살이 맑다 정적이 내려앉은 경지에서 부처님 그늘에 들어선다 우거진 아름드리나무들이 내뿜는 맑은 숨결에 내 맘이 맑아진다 황악산에서 울긋불긋한 미소에 젖어 맑은 물에 멱감은 듯 시원하다 낙엽을 밟는다 이따금 낙엽이 한두 서넛이 떨어진.. 자작글-013 201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