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꽃들
호 당 2013.10.17
마른하늘로 날아 내 컴퓨터에 문 열고 들어와
얼굴 내밀고 내 여기 꽃 피었어요
그 꽃이 한두 서너 송이면 반가운 일이지만
백 오십여 송이가 다발로 융단 폭격하듯 닥치니
아무리 꽃을 좋아한들 밤 구석 어둠에서
사향을 뿌린들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한 거야
개중에는 아끼는 꽃도 있고, 있으나 마나
흐지부지한 꽃도 있기 마련인데
쉬엄쉬엄 다가와 요염을 떨구었으면 곱게
안아주기나 하지
까놓고 보라는 듯 달려드는 데는
그것도 다발로 막 몰려오니 질색이야
가슴 젖히고 대들어서 둘둘 뭉쳐 울타리로
가두었더니 아주 아끼는 꽃이 엉뚱하게
갇혀버렸지 뭐야
너를 보지 않으면 내 직성이 풀리지 않는데
그리움이 가슴에 자리 잡아 멍으로 남거든
딱할 노릇이야
그 꽃이 그리워 하늘길 터놓고 오라 당부하고
내 패스워드를 열어 두었더니
나 여기 있어 방긋 웃어주지 않는가
꽃 중의 꽃으로 고운 향기에 취할 테니 구중궁궐로
맨발이라도 좋으니 오라
언제라도 맞아들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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