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악산 직지사에서
호 당 2013.11.1
가을 햇살이 맑다
정적이 내려앉은 경지에서
부처님 그늘에 들어선다
우거진 아름드리나무들이
내뿜는 맑은 숨결에
내 맘이 맑아진다
황악산에서 울긋불긋한 미소에 젖어
맑은 물에 멱감은 듯 시원하다
낙엽을 밟는다 이따금 낙엽이
한두 서넛이 떨어진다
밟히는 것은 굴욕이 아니다
삶의 마지막을 다져주는 것이니
모든 낙엽이 밟히는 것이 아니다
변신의 길에 축복 내린다 생각하라
샛노란 은행잎, 샛빨간 단풍잎이
한 해 최고의 완숙을 원색으로 표현했다
생의 원색이 있다면 새하얀 바탕에
거뭇거뭇한 검버섯이라 우기면 될까
경지를 돌아보고
설법 한마디 듣지 않아도
옷깃 여미고 마음 편해진다
정적을 휘두르고 불심 한 이파리 끼고
황악산 직지사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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