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강의를 들으려

인보 2013. 10. 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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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들으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 정호승 호 당 2013.10.30 물은 정한 시각 따라 흐르는데 색다른 시의 파동을 움켜쥐려고 훨씬 상류에서부터 설렜다 장미와 백합들이 요염을 떨치며 꽃병에 꽂혀 뽀글거린다 호박꽃 몇 송이도 꽂혀 눈총 받을까 봐 조심스럽다 생의 여정은 거리 차이뿐인데 꽃향기에 아찔했지만 시의 맥박이 같이 뛰고 있다는 것만 안심이다 시인이 펼치는 이파리에서 흘리는 시어를 받고 싶은 것도 같은 색깔 내 시선이 좌우 뒤로 마음 펼칠 여유는 없어 정면의 음향에만 내 귀를 후려치도록 쫑긋 세웠다 자신의 시 몇 편을 제시했다 거기에 담긴 시혼을 끌어와서 시의 이슬로 촉촉이 적셔 주었다 논리적인 바탕은 덮고 덜 논리적인 시의 이슬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몸무게가 조금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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