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수초가 길을 찾다

인보 2013. 11. 3. 09:56

 

수초가 길을 찾다

호 당 2013.11.3

가장 좋은 것이 물같이 사는 것이라는
말 들었다
그것 참 쉬운 것 같아 살아보기로 했다

물이 흐르는 데로 따라 흐르면 될 것
같은데
부딪혀 내 맘 박살이 나다 금방 합치고
곤두박질치고 삶이 쉽지 않네

흐르며 삶을 방어하고 지면서 살기란
간을 다 빼놓고 살아가는 게지
오장육부 한 곳만이라도 들먹거리면서도
말만 버젓이 물같이 산다고 한다

물같이 흐르며 되어가는 데로 잘 따르고
물속을 요리할 줄 알게 되면 물만 먹고
사는 것이 상책이야

생을 물 밖에서 아웅다웅 하자니
그만 생이 지치거든요
나 같이 물이 되어 물속에서
물같이 살면 수초는 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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