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들으려 < 강의를 들으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 정호승 호 당 2013.10.30 물은 정한 시각 따라 흐르는데 색다른 시의 파동을 움켜쥐려고 훨씬 상류에서부터 설렜다 장미와 백합들이 요염을 떨치며 꽃병에 꽂혀 뽀글거린다 호박꽃 몇 송이도 꽂혀 눈총 받을까 봐 조심스럽다 생의 여정은.. 자작글-013 2013.10.31
멈춘 벽시계 멈춘 벽시계 호 당 2013.10.29꽃피는 봄이 오지 않았는데도그렇게도 좋으냐하초만 덜렁거려도 되느냐장미는 꽃 피려 미동도 않는데그래도 세월은 획획 지나는데아랫도리 춤춰 봤자 헛수고야거부의 몸짓으로 딱 버티고 섰는데아무리 흔들어도 요동하지 않아 내가 화사하게 마음 열고 웃을 때네가 왕복운동을 계속할 때하나의 몸짓으로 시각을 보이지. 자작글-013 2013.10.30
겨울 나루터의 빈 배 겨울 나루터의 빈 배 호 당 2013.10.28 삭풍이 몰아친다 흰 눈이 흰 칼날 세워 빗겨 친다 을씨년스러운 겨울 오돌오돌 떨고만 있다 낭군 잃은 과부가 되었다 강물까지 얼어붙어 난들 얼지 않겠나 나는 얼어붙은 동굴 속의 고드름 봄에서 가을 동안 나를 집적거리더니 지금 나루터의 북 박이.. 자작글-013 2013.10.28
청풍호 유람선 타고 청풍호 유람선을 타고 호 당 2013.10.25 너른 충주호의 청풍호 유람선은 거대한 상어다 길들인 상어는 새끼를 빽빽이 배고 새끼들은 펼치는 시야를 즐긴다 상어 새끼가 된 유람인들 곧 육지로 해산하면 신기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담아 두려 어미 뱃속에 얌전을 참지 못하고 오르락내.. 자작글-013 2013.10.26
고기 가시 고기 가시 호 당 2013.10.25 살았을 때는 골격 아니면 뼈라는 말 요리하고 나면 뼈다귀 또는 가시라는 말 요리하고부터는 경계의 대상 쏘가리 매운탕에서 울어난 시뻘건 맛만 삼키면 될 것을 굳이 살까지 욕심 내다보면 화를 부른다 고기는 뼈로 남기란 원통해 목에 가시로 버텨 목을 건드려.. 자작글-013 2013.10.26
밤의 환상곡을 듣고 싶다 밤의 幻想曲을 듣고 싶다 호 당 2013.10.23 어찌하여 그와 연애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다 별로 말이 드문 것에 끌렸는지 흔한 키스도 어영부영 보냈다 나비는 꽃 찾아들어 깊게 파묻혀 파르르 떠는데 운명이다 결혼 첫 밤을 설레는 것이 보통 돌변했는지, 혐오증에 걸린 것인지 갈.. 자작글-013 2013.10.23
가을 운암지 가을 운암지 호 당 2013,10.22 여기 바람이 지날 때 소리 내지 않고 남몰래 지난다 가을을 끌어와 안은 운암지를 조용히 바라주라는 당부였을 거야 가을 한 폭 빠짐없이 박아 놓았다 개구리 물방개야 진정해라 머리 흐트러지면 그만 가을이 놀란다 대불사 종소리 날아와 운암지를 덮는다 자.. 자작글-013 2013.10.23
길목지키는 노점상 할머니 길목 지키는 노점상 할머니 호 당 2013.10.21 불법임을 안다. 내 삶의 터전인 길목을 지키는 것이 새끼를 지키는 것인데 사철 햇볕이 방문법도 달라 그래도 목구멍을 보존하자면 이 지점을 지켜야 한다 나는 좌판도 없어 바가지는 낚시찌를 담는 유일한 도구지 찌를 물기만 기다린다 완장이 .. 자작글-013 2013.10.22
상고대 상고대 호 당 2013.10 19 이무기는 천 년을 빌어 봐도 등천 못 하는데 너는 쌓아 온 덕망으로 하늘이 하얗게 감동했나 봐 움츠린 몸으로 흰 꽃 피웠으니 아마도 영혼을 불살라 사리에서 뿜어낸 희열의 꽃이 아닐까 인고의 고통을 열반의 흰 꽃으로 승화한 겨울나무 맑디맑은 숨결로 살아온 .. 자작글-013 2013.10.20
함지산-1 함지산 函芝山 호 당 2013.10.18 *함지산은 함을 짊어지고 막 외치는 것 같다 그의 외침은 봄에는 연푸른 목소리로 가을엔 울긋불긋한 고함을 토해 함 사라 외친다 나는 느낀다, 함지 아비의 신들린 것처럼 온갖 산새 짐승을 불러드리고 함 속을 알아맞히라 소리친다 그들은 어리둥절하여 마.. 자작글-013 201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