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벽 빙벽 호 당 2013.3.30 너는 얼어 죽은 몸 들숨과 날숨도 죽었다 바람과 햇볕이 너를 거치면 금방 얼어버린다 달빛도 별빛도 별수 없이 얼어버린다 산자는 너를 매달려 희희덕 즐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잊은 자만 누리는 경지 너의 시체는 냉각되었다 한 마리의 금붕어가 어항에서 그대로 .. 자작글-013 2013.03.30
바람은 벽을 만들고 말이 없다 바람이 벽을 만들고 말이 없다 호 당 2013.3.29 같은 꽃밭에 코스모스가 색깔을 달리하여 꽃을 피웁니다 바람 타는 방향이 달라 엇박자로 바람 받아 요리하는 비법을 펼쳐 곡예의 레퍼토리도 달라집니다 바람맞으러 나가 캄캄한 어둠의 바람꽃에서 묵향을 끌어들여 교묘히 색깔에 변화를 .. 자작글-013 2013.03.29
쳇바퀴는 돈다 쳇바퀴는 돈다 호 당 2013.3.27 그 길은 구불구불 다 살아온 늙은이 발바닥처럼 닳고 낡았다 변함이 심해 변덕을 부리는데 푸석푸석 먼지가 질퍽질퍽한 치부의 계곡물 같고 딱딱하고 바삭바삭한 명태등과 같다 밟고 지나는 이는 염라대왕의 등짐을 지고 더 가볍게라도 물려주지 않으려 개.. 자작글-013 2013.03.28
자유의 모순 자유의 모순 호 당 2013.3.27 기차가 느리게 가든 빨리 가든 그것은 너의 자유다 궤도 위에서만이다 기차 안의 사람들은 차창 밖을 바라보든 오징어를 씹든 천정을 바라보던 그 자리에서 자유다 자유와 구속은 양면인걸 닭장에 갇힌 암탉이 알을 낳든 모이를 먹든 그 닭장에서 자유다 그러.. 자작글-013 2013.03.27
으름장 으름장 호 당 2013,3,27 시뻘건 불줄기를 뿜어대며 포효의 울림이다 입을 크게 벌리고 몸짓 날개를 펼쳐서 나의 존재는 이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깃발 펄럭이고 하늘 높이 쏘아 올린 평화의 나팔소리 가슴 울린다 그까짓 몸짓이 문제랴 썩은 나무 등걸인 걸 단단한 내 육체는 돌로 으깨도 끄.. 자작글-013 2013.03.27
새학기 새 학기 호 당 2013.3.26 배움의 숲에서 한 해 동안 부엉이 독수리의 그늘에 밟히면서 지냈다 새봄이 왔다 나무들은 잠에 깨어 제각각 잎을 피우려는데 새 자리매김을 하고 구획을 그어 놓았다 지금까지 속박한 너희와 갈라졌다고 생각하지만, 문밖은 바닷물로 뒤섞이는걸 그러나 숲 우거진.. 자작글-013 2013.03.26
보름달 보름달 호 당 2013.3.21 동쪽 산을 금방 넘어온 달 그는 만삭이다 무거운 몸으로 세상을 건너고 있는가 홀몸으로 그리 만만치 않을 텐데 나에게 가까이 오는 것 같군 그러나 너를 훼방 毁謗하려는 것들이 너를 가리고 몹쓸 짓이나 하지 않을까 바람이 분다 옳지 훼방꾼을 몰아내라 나에 다가.. 자작글-013 2013.03.22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호 당 2013.3.21 나는 붉은 입김을 뿜어 바람에 싣는다 장미꽃의 향기보다 색깔의 매력이라 여겨 자신의 색깔을 막 뿌리고 싶은 마음을 바람에 싣는다 멋진 수술에 가까이하고 싶어하는 맘을 바람에 실어 그에게 이슬비로 뿌리니 갑자기 우산을 박고 뚜벅뚜벅 걸으면서 이파리.. 자작글-013 2013.03.22
엇박자 엇박자 호 당 2013.3.20 나와 당신은 엇박자 나는 시계방향으로 당신은 그 반대 방향으로 항상 어긋난 궤도는 착각이다 빗줄기가 빗금을 그으면서 지상을 향하여 돌진하지만 처마 끝 낙수는 직진으로 하강한다 엇박자를 지난 우리 부부 그래도 아이 낳고 있는 것을 보면 차라리 화음 되는 .. 자작글-013 2013.03.20
유황탕에서 유황탕에서 호 당 2013.3.19 성냥을 그을 때처럼 화약 냄새 피워 성나면 폭발하는 당신 금방 사그라지고 도리어 몸 살라 날 따스하게 해서 내가 반한 것일까 누르스름한 탕 속은 자기 몸을 지펴 부글거리고 끊임없이 맑은 공기를 끌어들여 기포를 터뜨릴 때 유혹의 추임새와 손짓하는 증기.. 자작글-013 201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