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거천은 앓고 있다 팔거천은 앓고 있다 호 당 2013.3.16 겨우내 얼어붙었던 귀청에 봄바람이 귓속을 몰아넣어 귀청이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다 녹아내리는 피고름을 보면 그는 귓병을 앓고 있어 가장자리가 물 떼와 상처 딱지와 아픔을 덮어쓴 돌 자갈들이 수명을 다한 귀지처럼 쌓여있다 봄이 되자 팔거천은 .. 자작글-013 2013.03.17
은어의 회귀 은어의 회귀 호 당 2013.3.15 따뜻한 어미 품은 이제 그리움이 되었다 강가에 진달래 피고 맑은 강물 소리 들으며 전설 따라 어미 품에 찾아올 거야 나는 떠난다 끊임없이 헤엄쳐야 할 넓은 세상은 맑고 투명하지만 성내면 용솟음치고 뒤집는다 또한 나보다 몇 배 큰 것들이 나를 위협 한단.. 자작글-013 2013.03.15
메밀묵을 먹으며 메밀묵을 먹으며 호 당 2013.3.14 그 옛날 가뭄이 연례행사처럼 닥쳐 논밭에는 메밀을 심었었지 겉보기에는 모가 나서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바삭거리지만, 속살은 뽀얗고 보들보들해서 처녀 살결 같아 매력을 품고 있지 채 친 묵을 숟가락으로 뜨면 솔솔 빠져 흘러 꼬리를 빼기도 하고 고욤.. 자작글-013 2013.03.15
석양 석양호 당 2013.3.14 그를 내 품으로 끌어와 어떤 의미를 부여할 때 석양은 살아나서 빛난다 앞뒤 볼 틈 없이 맨날 바쁜 날 하루의 물량을 마무리하기도 버거워 허둥지둥하는 나 석양을 바라볼 겨를도 주어지지 않는다 조금 여유로운 그는 석양을 끌어 와 자기 기억과 연결해 붉은 조각들 하.. 자작글-013 2013.03.14
산불 산불호 당 2013.3.14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나무들은이웃끼리 푸른 희망을 의논했고힘 모아 산을 푸르게 하자고 다짐했지화마는 우리를 가만두지 않았다 말 한마디 못하고 일제히 화형을 당하고 끝까지 화염을 토해 냈다시커먼 뼈다귀는 땅으로 곤두박질하고 내 영혼이 혼비백산하였다바람에 떠밀려 미친 듯이 닥치는 대로 불살라 마셨다우연히도 산기슭 가난한 자의 가옥만 화마로 박살 냈지만 실은 빈부격차는 구별 두지 않고 가까이에서 우리의따스한 사랑도 소용없어 마구잡이로 괴뢰군처럼 태워버렸다폐허의 바닥에는 숯덩이 재 무덤 검은 잔해만 어지럽게 널려있다. 자작글-013 2013.03.14
야단법석 *野壇法席 호 당 2013.2.2 늦가을 태풍이 한차례 지나간 운암지 못에 수련이 북쪽으로 제를 올리는 중이다 햇볕도 비스듬히 수련 따라 구부정하게 절한다 연못 둑 뒤 칠곡 도량에서 나들이하여 야단법석을 올리는 중이다 목탁 소리 듣고 연못 속의 제 물고기들이 고개 쳐들고 굽히고 물방개.. 자작글-013 2013.03.13
정은 색깔이 같다 정은 색깔이 같다 호 당 2013.3.13 그렇게 오래도록 농촌에 살았다는 이유로 늙어만 갔다 땅을 판다는 것에 먼지를 덮어쓴다는 것에 노동에 어깨 짓눌린다는 것에 처녀들은 고개 돌려 훨훨 도시로 갔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생활환경에 땀 냄새는 싫어했다 나는 피부색 다른 색시를 얻었다 자.. 자작글-013 2013.03.13
수련은 시련을 겪다 수련은 시련을 겪다 호 당 2013,3,13 맑은 연못이 언제부턴가 반쪽은 흙탕물로 채워 거기서 사는 생물은 허둥지둥한다 수련은 맘껏 뿌리 뻗고 수중 생명을 끌어 안으려고 집 모양을 고치려 하는데 양쪽에서 밧줄로 감고 팽팽히 맞서 힘의 균형보다 자존심의 칼날이 무섭다 금단의 구역 너머.. 자작글-013 2013.03.13
소나무 숲에 누워 소나무 숲에 누워 호 당 2013.3.13 흰 구름이 소나무를 희롱하듯 모였다 흩어졌다 한다 가끔 쏴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린다 무정 설법無情說法*의 강독에 잠긴 듯 마음이 맑아진다 가끔 껄껄 푸드덕 장끼 소리에 그놈도 사랑을 찾고 있는지 여운이 가슴 친다 멀리 부처님이나 마리아상 앞.. 자작글-013 2013.03.13
자그마한 권력 자그마한 권력 호 당 2013.3.12 자그마한 권력 2013.3.12 그에게 맡긴 칼자루를 얌전히 놓아두면 곧바로 녹슬어 게으르고 무질서라는 딱지가 붙겠지만, 칼자루를 반듯하게 잡으면 서로 편안한 차례의 길이 섭니다 나는 주차 감독에게 허락을 받았다 햇볕이 차단된 곳이지만 햇살처럼 직진을 .. 자작글-013 201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