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161

산불

산불호 당 2013.3.14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나무들은이웃끼리 푸른 희망을 의논했고힘 모아 산을 푸르게 하자고 다짐했지화마는 우리를 가만두지 않았다 말 한마디 못하고 일제히 화형을 당하고 끝까지 화염을 토해 냈다시커먼 뼈다귀는 땅으로 곤두박질하고 내 영혼이 혼비백산하였다바람에 떠밀려 미친 듯이 닥치는 대로 불살라 마셨다우연히도 산기슭 가난한 자의 가옥만 화마로 박살 냈지만 실은 빈부격차는 구별 두지 않고 가까이에서 우리의따스한 사랑도 소용없어 마구잡이로 괴뢰군처럼 태워버렸다폐허의 바닥에는 숯덩이 재 무덤 검은 잔해만 어지럽게 널려있다.

자작글-013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