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 아침바다 호 당 2013.2.23 간밤에 분 폭풍이 기죽어 잠잠했다 바다는 깊은 잠에 빠지고 조용하다 해무를 가르는 통통배는 사정없이 바다를 깨운다 끼륵 끼륵 갈매기는 바다를 바라보고 좀 잠재우라 애달아 기슭에서 삼삼오오 모여 바라본다 모진 폭풍을 벗어난 바다 지금 가만히 있을 수 없.. 자작글-013 2013.02.23
산바람 산바람 호 당 2013.2.23 쏴아 감자기 회오리바람 낭떠러지에서 모래가 아래로 쫓겨난다 조용히 잠자던 나무들 화들짝 일제히 일어나 눈망울 휘둥거려 몸을 가누지 못한다 제 몸 요동쳐 봤지 벗어날 수 없는 나무들 죄 없는 낙엽이 휘날리다가 처박힌다 나는 너와의 등을 돌리고 미끄러지듯 .. 자작글-013 2013.02.23
아침 기상 이변 아침기상 起床 이변 호 당 2013.2.18 육신이 풀리지 않고 굳은 채 자동차 시동 걸고 한참은 워어밍업 warming up을 해야 원활한 작동은 상식인데 깨어나자마자 벽에 의지해 벌떡 일어났으나 그는 거부의 몸짓으로 밀쳐 미끄러뜨렸다 찰나의 수난이다 머리와 팔을 돌진하는 폭격기처럼 방바닥.. 자작글-013 2013.02.22
몽블랑 펜 몽블랑 Mont Blanc 펜 호 당 2013.2.20 상상의 공간을 무한히 넓혀 시어가 몽블랑 펜의 꽁무니에 거미줄처럼 잇달아 나오면 하얀 백지에 정착시켜 보여주는 너였다 태수 태상 아빠는 생각의 심연이 깊고 넓어 시의 뿌리와 줄기가 풍성하게 뻗어나도록 보내왔다 명품이 몽블랑 산을 넘어 내 손.. 자작글-013 2013.02.22
상사화 상사화(相思花) 호 당 2013.2.,21 나는 너를 사랑한다 사랑의 밀어 한 번 속삭여보지 못하고 상상의 그늘에서 애타게 그린다 내 사랑을 만나려 내 뿌리와 줄기에서 내 영혼을 힘껏 밀어 올려보면 지상은 타인의 밀어만 가득하고 너의 따뜻한 밀어 한마디 듣지 못하여 눈물짓는다 나와 너의 .. 자작글-013 2013.02.22
매연에 찌든 시의 이파리 ↓여기부터 드래그 하세요 매연에 찌든 시의 이파리 호 당 2013.2.20 도시의 골목마다 꽉 메운 매연에 내 詩는 빈사상태이다 내리쬐는 한여름의 열기에서도 매연과 뒤범벅이 되어 지표에 나타난 지렁이의 고통처럼 받는다 그래도 흙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저것 봐 꽁무니에 매연을 달고 .. 자작글-013 2013.02.20
축하 화분 축하 화분 호 당 2013.2.13 삶의 항해는 눈 깜작할 사이 이만큼 멀리 왔구나 이 지점에서 삶의 배는 곳곳에 구멍 뚫려 헛김이 샌다 그래도 괜찮다고 축복이라고 화분을 보내왔다 코앞에 놓인 화분이 내 허물을 거친 애들의 마음이 새파란 눈동자처럼 반들거린다 푸른 잎사귀로 뿜는 삶의 생.. 자작글-013 2013.02.16
함지산 가는 길목 함지산 가는 길목 호 당 2013.2.14 나목은 눈을 감고 느긋하게 봄을 향해 기도한다 시간은 충분하다, 서둘지 말고 걷자 후회할 일 없고 조급할 일 없어 그저 느긋하게 걷자 톱니바퀴는 닳아 맛 물린 힘이 부치는구나 때로 헛돌고 새것일 때야 꽉 물려 질금질금 기름기 흘렸지만 지금은 바싹 .. 자작글-013 2013.02.14
방향감각을 잃다 방향감각을 잃다 호 당 2013.2.12 증명서를 발급받으러 가는 길 한파를 몸에 두르고 오그라들기만 했다 벌벌 떨면서 용케도 갈아타고 찾아들었더니 많은 눈동자가 와글거렸다 건물에서 미로를 찾아 문밖을 나섰을 때 방향감각이 사라졌다 뒤적이다시피 걷다가 망설이고 길을 물으면 소득 .. 자작글-013 2013.02.12
그 집의 방 그 집의 방 호 당 2013.2.7 러브호텔의 방이 아니다 거기는 빗나간 빗장의 새하얀 언덕이 춤춘다 여기 아늑한 방 사랑이 가득 밴 아니 가득 찬 방이다 서로의 채취가 녹아있어 겨울의 추위에도 성애 꽃에 입술을 포개도 따뜻이 녹아내리는 방 호화판 가구가 아니더라도 소박한 가재도구만 .. 자작글-013 201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