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유혹 호 당 2013.1.15 틀림없이 암수의 꽃뱀이 꼬리를 휘감고 노닐고 있었을 것이다 급히 굴 밖으로 얼굴 내민 몰골이 아직 흥분에서 꼬리를 접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사향에 무늬도 아름다워 단번에 끌려갔다 그러나 과감히 다가갈 수 없어 잔상으로만 남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꽃뱀 혀의.. 자작글-013 2013.01.15
실버들의 일자리 실버들의 일자리 호 당 2013.1.13 말하기 좋아 실버 Silver라 하지만 벌써 노을인걸 노을 중에도 물감만 쥐여주면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는 이 수두룩 해요 저요, 저요, 멋지게 채색할 수 있거든요 허리가 빳빳해, 눈이 총총해, 굳센 팔다리인데 삽을 주면 흙더미 파헤치고 낫을 주면 거뜬히 풀.. 자작글-013 2013.01.13
떠난자리 떠난 자리 호 당 2013.1.12 그대가 떠났어도 해는 동쪽에서 뜬다 변하지 않는 세월이다 한때 즐기던 그곳엔 우북한 풀만 가득하고 자리는 비에 씻겨 잔주름만 생겼네 우거진 그늘만 짙게 드리우고 그 위에 그리움을 내려놓는다 회자정리는 아무도 거역 못한 운명을 생각지도 않았다 맨 날 .. 자작글-013 2013.01.12
봉정사 봉정사(鳳停寺) 호 당 2013.1.12 신록은 정숙과 정좌를 부추겨 그윽한 절 향기를 가득 메웠다 가끔 범종 소리는 봉정사의 위상을 지켜 세운다 조잘대는 계곡물 흘러 천의 근심을 안고 가고 뒷산의 새들 소리는 극락을 인도하는 소리다 봉정사를 찾는 탐방객의 심금을 끌어내는 것 같다 인자.. 자작글-013 2013.01.12
첫사랑 첫사랑 호 당 2013.1.7 큰물 지고 황토물이 말갛게 흐를 때 낯선 돌이 반들반들 닳아 내려왔네 곳곳에 모래무덤이 봉긋봉긋 곳곳에 물웅덩이에 물이 찰랑찰랑 직선으로 흐르던 물길이 휘어져 느릿하게 흐르네 그녀의 몸매는 볼륨과 리듬이 출렁거리네 냇가에 반질반질한 조약돌 하나 품에 .. 자작글-013 2013.01.07
눈 깜짝할 사이 눈 깜짝할 사이 호 당 2013.1.5 숲에 들면 아름다운 새들이 지저귀고 피톤치드는 나를 감싸 멱 감겨준다 이렇게 아름다움이 영원할 것인가 언뜻 부는 바람결에 내 또래 하나 눈감고 땅에 코 박았다고 일러준다 아름드리 소나무에 귀를 대어보면 물관과 체관이 열려 활발한데 내 맥박은 힘없.. 자작글-013 2013.01.06
종점 종점 호 당 2013.1.5 기차에 올라탔다 재잘대는 소리에 주의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굴속을 들어가고 나올 때 손뼉 치고 떠들었다 기차역을 뒤로 스쳤다 창밖 아름다운 경치를 내 품에 안고 흥분했다 세상이 이렇게 좋을 수가 옆자리에 예쁜 여인을 맞는다 가는 동안 마음 다 내주고 경치.. 자작글-013 2013.01.06
등잔불 등잔불 호 당 2013.1.5 얼마 남지 않은 기름의 잔수 殘壽에서 삶의 마지막을 예고하는 듯하다 심지를 돋우고 그을음을 바라보며 지난 적이 그려진다 환히 밝혀 내 몸 불살랐는데 한 번 빠져들면 헤쳐 나오지 못하리만큼 정력을 쏟았는데 천식 기침만 내뱉는다 활활 태우던 등잔불 시절 앞산.. 자작글-013 2013.01.05
괄약근 괄약근-1 호 당 2013.1.5 긴장과 이완 팽창과 수축을 마음에 두지 않는 것이 괄약근이다 그녀를 끌어들여 사랑으로 앉히기까지 긴장은 마음을 끓여야 한다 괄약근보다 더 긴장으로 그녀를 옭아매야 사랑을 꽃피울 수 있다 꽃피워 열매 맺어 훌훌 떨쳐 버리고 난 뒤 온몸이 느슨해져서 지팡.. 자작글-013 2013.01.05
꽃을 피워야 한다 꽃을 피워야 한다 호 당 2013.1.4 마음을 열지 못해 창가에 졸고 있는 선인장 아직 익지 않은 서투르고 시큼한 시어만 끌어모아 거름으로 쏟아 부었다 봄을 느끼지 못한다 창가에 두고 거름을 주고 분갈이를 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고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새로운 시어를 매단 꽃이 필 것이.. 자작글-013 201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