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음(잉여) 남음(잉여) 호 당 2013.3.9 남는다는 것은 풍족하다는 것과 통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 그 목공소에는 반들거리는 각목이 수두룩 쌓여있고 한쪽은 쓰고 남은 토막 각목만 쌓여있다. 효용가치 높은 각목은 잘 보관하지만 일단 쓰고 남은 것은 토막으로 분류하여 보관도 허술했다 나.. 자작글-013 2013.03.09
눈뜰 날 눈뜰 날 호 당 2013.3.7 아직은 찬바람 맞고 기를 펴지 못하지만 냇가 매실나무는 눈망울 달고 눈 활짝 뜰 날 기다린다 그때는 화사한 빛에 향 흩날릴 것이다 인고의 고통쯤이야 견딜 것이지만 내 심연의 귀퉁이에 박힌 씨눈을 끌어내어 싹 틔울 재간이 모자란다 울퉁불퉁한 돌멩이를 갈고 .. 자작글-013 2013.03.07
아직 목마르지 않다 아직 목마르지 않다 호 당 2013.3.5 우스갯소리로 60대는 창고 대 방출 70대는 분리수거라 하니 까르르 웃지만, 비애의 눈빛이 흐릿하다 배우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비탄의 한숨 쉰다 멋모르고 견뎌 왔을 때 목마른 줄 몰랐었다 아들딸 치다꺼리 다하고 골 파인 얼굴을 거울에 비출 때 생.. 자작글-013 2013.03.05
함지산에 오르며 ↓여기부터 드래그 하세요 함지산에 오르며 호 당 2013.3. 5 정상에는 사시절 깃발이 펄럭인다 함지 산이 살아 숨 쉰다는 신호였을까 깃발을 바라보고 무거운 발걸음을 밀어 올리면 내 생의 시험대에 올려놓은 것 같다 아직 정상에 설 여력은 충분하다는 자만심 그것만 있어 될 일이 아니다 .. 자작글-013 2013.03.05
감자 깎기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감자 깎기 호 당 2013.3.5 모든 감자는 움푹 파인 생의 옥문을 갖고 있다 감자는 자기 생을 땅속에서 갖가지 박해를 박아 익혀내고 또한 땅속의 생명력을 끌어내기도 한다 지상 밖 태양의 열기를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면서도 임산부가 10달 동안 태아를 보호하듯 움.. 자작글-013 2013.03.05
벼랑의 꽃 벼랑의 꽃 호 당 2013.3.2 하필이면 아찔한 벼랑에 자리 잡아 꽃 피웠을까 꽃피기란 평지보다 쉽지 않았었을 텐데 생의 뿌리에는 부엽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뿌리를 뻗다 보면 큰 홍수로 몽땅 잃어버리고 떠밀려오다 겨우 벼랑을 붙들고 살았다 살아야 한다 앞날은 평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작글-013 2013.03.02
숲은 공생한다 숲은 공생한다 호 당 2013.3.2 울창한 숲 속을 들어가 보라 키 큰 나무만 우쭐하지 않는다 망개 덩굴 개암나무 키 작은 나무도 어울려 절대 기죽지 않고 공생의 숲이 된다 강자와 약자 빈부가 있고 노소가 있으니 각기 제 노래로 불러가며 조화를 이룬다 숲에서 알을 까고 새끼를 기루는 새.. 자작글-013 2013.03.02
발걸음 소리 발걸음 소리 호 당 2013.3.1 정적을 깨트리는 소리 틀림없이 그녀의 발걸음소리일 거야 상상의 나래는 자꾸 그쪽으로 날아가고 눈을 감는다 또닥또닥 그 소리가 나에게는 피아노 건반 치는 멜로디 감미롭게 온화하게 들려 내 가슴을 울리고 다독여 주는듯하다 그녀는 천사 같다 드레스를 .. 자작글-013 2013.03.01
밭고랑을 메다 밭고랑 메다 호 당 2013.3.1 어릴 때 밭일을 하고 그간 잊어버린 옛일을 태양이 밭고랑 태우듯 한데 밀짚모자 쓰고 밭고랑에 드니 숨이 막힌다 흐르는 땀이야 내 삶의 참회라 생각하면 탓할 것 없지만 갈증이 더한다 구름이 내 등을 스칠 때 잠시 시원하지만 햇볕은 내 등 뒤에서 채찍질한다.. 자작글-013 2013.03.01
어느 대형문고에서 어느 대형 문고에서 호 당 2013.3.1 거기 뽕 이파리가 지천으로 쌓여있다 게으른 누에는 이리저리 뒤적거리고 좀 부지런한 이는 제 나름대로 뒤적거리며 갉아 마신다 이리저리 누비며 눈을 굴리는 이들 제 딴에는 지성의 끄나풀을 잡고 제법 유식한 채 뽕잎을 해설하고 탓하기도 한다 앳된 .. 자작글-013 201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