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남음(잉여)

인보 2013. 3. 9. 12:13
 
남음(잉여) 
호 당  2013.3.9
남는다는 것은 풍족하다는 것과 통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
그 목공소에는 반들거리는 각목이 수두룩 쌓여있고 한쪽은 쓰고 남은 
토막 각목만 쌓여있다. 효용가치 높은 각목은 잘 보관하지만 일단 
쓰고 남은 것은 토막으로 분류하여 보관도 허술했다
나도 쓰고 남은 토막각목일까
그 골짜기 운동기구가 모인 곳에 토막각목 같은 이들이 거뜬히 쓰면 
된다고 운동기구에 매달려 뽐내지만, 목공소에서는 쓸 곳 못 찾아 
천 더 꾸리기로 쌓여 놓았다
내 또래 토막각목이 아무리 반들거려도 팔을 걷어 뻗지만 쓰일 곳이 
없어 그대로 둔다
남는 여유가 원망스럽다. 토막각목끼리 모여 햇볕을 쬐며 남는 시간을 
원망하듯 하늘만 멍하니 바라본다
목공소 주인아, 토막각목 쓰일 곳 있잖아, 긴 각목만 뭉툭 뭉툭 잘라 
쓰지 말고 토막각목도 찾아보면 쓸 곳이 있어
너무 남아도는 각목 같은 인간들, 아무도 허락해주지 않는 곳을 두고 
철봉에 매달릴 힘으로 스스로 쓰일 곳 찾아보면 토막각목도 쓰일 곳 많아
거기에다 남는 것을 봉사로 소모해보는 것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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