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36

늦가을의 파계사

늦가을의 파계사/호당/ 2024.8.31아등바등 세월 붙잡고지친 가슴 부여잡고삶은 연습이 아닌걸헝클어진 바람 한 줄기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봐생은 밑뿌리 잡고 떨어지지 않네절룩거리며 삐걱거리는 관절음이 연리지 하나 비벼대는 소리 닮아삶은 아픔도 품어야 한다네원통전에 올라 바라본다목어는 뱅글뱅글 낙엽은 우수수반야심경 목탁 소리겸손하게 대숲으로 내려앉네

자작글-024 2024.08.31

을지전망대에서

을지 전망대에서/호당/ 2024.8.30민통선 건너 북녘아련히 보이는 마을들초소들뒤통수 감시망은 노려본다겁에 질려 음cm리는 듯우울하게 느낀다민통선의 새들은남으로 북으로 자유로이왕래하건만언제 철조망이 걷힐 것이냐남을 그리워하고돌아 올 수 없는 사람아억압과 거짓 선동에 길 들린 사람아척 곧이 믿지 말라고남에서 불어온 바람따뜻함을 느끼라고포연이 사라진 지 반세기 넘는데 이대로 굳어만 간단 말인가오라 남으로 바람 따라 철새 따라어화둥둥 안아보자

자작글-024 2024.08.30

조상의 묘 이장

조상의 묘 이장/호당/ 2024.8.27봉안당이니 화려한 묘지 단장 우뚝한 비석을 보면산자의 위세를 가늠한다시대의 흐름이 자꾸 바뀌는데대대로 이어 보존할까처남의 전화는 비장하다조상의 묘지를 이장할 처지란다뜻밖의 말에 정신이 아련하다묘지에서 영민하실 줄 믿었는데날벼락이 떨어지다니화장한다면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는 어느 글에서 읽었다아무것도 남기지 않아야 무로 돌아간다내자와 대화는 가슴 아프지만재는 뿌리는 게 후대에 짐이 되지 않는다내 죽음은 흔적 없애는 걸로마음먹는다

자작글-024 2024.08.28

시인의 사랑법

시인의 사랑법/호당/ 2024.8.27함께한 자리를 같이한 강의 몇 주가 사랑 실은 솔바람이라 생각한 그녀강의의 여운을 나는 물밑으로 잠재웠지만그녀는 로트레그의 기품쯤으로생각하는지수년간 잿불 속에 잠자는 참나무 숯불을기어이 되살려 내게로 화력의 꽃을 뿌려온다순수한 마음으로 화답하는 마음으로 아기처럼 영산홍을 피워낸다발정 난 암캐는 배회하듯발광체가 활활 타자함께 행동 못 한 시어가부끄러워진다그대에 진실로 들려줄 이 한마디‘사랑해’가 인색한 가뭄 비처럼 내리지 않는다수두룩 깔린 꽃향기 속에서냉철한 시인의 사랑법

자작글-024 2024.08.27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호당/  2024.8.25대지를 덮는 눈이 내린다지난 것은 왈가왈부하지 말자봄 여름 가을 겨울 참 많이 떠돌다 맴돌고 왔다저것 봐대지 위 나무든 지붕이든 공평하게 덮어 잠재우고 있다얇다 두껍다 구시렁거리는 자의 눈내가 쌓은 업보인 줄 모른다먼 산을 바라보노라포근하게 덮은 눈이 나 먼저 걷어 가지 마오천천히느긋하게아주 느리게 녹여다오너무 모질게 휘몰아쳐외통수로 몰아넣지 않았는지눈 내리는 날의 적막 속으로 나를 가둔다

자작글-024 2024.08.27

그릇 부시는 소리

그릇 부시는 소리/호당/ 2024.8.25분통 내부의 맑기가 산골 물 같아 물만 마실 줄 아는 핫바지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간섭은 하지 않는다제비 새끼 키우기분통 닦기는 고사하고먹이라야 반입 물어 주고죽이든 밥이든 나 몰라라 한다배회하기 좋아동네 한 바퀴 돌거나빨간 구슬 여인 뒤꽁무니찔러 뱅그르르 굴리는 짓에헛 눈살피다 빨갛게 붓고팔랑거리던 꽃대 고꾸라지자슬금슬금 분통으로 기어들어그릇 부시는 소리조차 서툴게 들린다

자작글-024 202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