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갈대 /호당/ 2024.7.30언덕배기 메마른 데서당신을 만나 거친 바람용하게 견뎌왔다내 삶은 샘 파기다깊게 판들 물의 양은 별 차이 없다알뜰한 살림살이는물독 마르지 않는다앞만 보고 달리는 갈대당신의 등밀이는 푸른 기 펼쳐 꼿꼿하다세월이란 나이테에 칭칭 감겨 마른 갈대로 견딘다나이테란 압박 붕대 같아꺾이지 않는 갈대다 자작글-024 2024.07.30
내 길 내길 /호당/2024.7.30메마른 골짜기의 길은풀이 우붓 해 날마다 짓밟고 밭으로 간다뼈 여물지 않을 때부터 농사일한다날 새면 낫 아니면 호미찰싹 붙는다소먹이 풀베기소나무 아래 갈고리질로갈비 한 짐빈들 번들 놀 팔자 아닌밥벌인 짓이다동내 형뻘그는 일찍부터 바깥 출입해수돗물 맛에 길들여 나를 이끌어주었다그의 뒤 따르려 자취방 약도 들고 찾아들어내일 모래 입학시험 치를정보 제공이 신기하게도 적정한 문항그로부터 내 앞길은 잡초를 밟지 않아아름다운 길만 걷는다 자작글-024 2024.07.30
피 끓는 연애질 피 끓는 연애질 /호당/ 2024.7.28도시 철도 안막 펼치는 애송이 페닐에틸아민 장작불이 타오른다아무도 끄려 들지 않아그 애들불장난 일찍 발작한 것뿐이라무관심이다백합 향기 막 쏘아 올리자코스모스 꽃잎으로 덮는다애들 불장난논둑 밭둑에 불 지르고 좋다고 손뼉 치는 듯옥시토신. 페닐에틸아민이피 끓듯 퍼뜨린다죽을 둥 살 둥 생각 없이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피 끓는 연애질 자작글-024 2024.07.28
병원 처방전 받는 날 처방전 받는 날/호당/ 2024.7.24그 병원은 환자들이 옹이 하나씩 안고구름처럼 모인다휠체어. 지팡이.부축을 받는 자들.나이테를 압박붕대처럼칭칭 감은 사람의 몸짓이다두 달분의 처방두 달 만의 만남처방전은 그대로인데삶의 엽록소는 그만큼 변화한다현상 유지가 최선의 처방전이라 한다한 움큼 알약 털어 넣고오늘 처방이 내일의 처방이 되도록 바란다 자작글-024 2024.07.28
첫 키스 첫 키스 .호당/ 2024.7.26한 번도 겪지 못한 낯선 외지 아니 상상만으로 생각한 입술가끔 친목 다짐 주연 한 마당 열면꽃뱀의 혀 낚시 미끼처럼 옷자락 목덜미 슬쩍슬쩍 건드려 분위기를 달구어 놓는다숫기 많은 쉬파리는핥으려 들자 달팽이 더듬이처럼 금방 거두고 말지금단의 경계선 탱자나무 울타리 넘었다면아침이슬 맞은 붉은 사과가햇살 받아 단내 풍기자와락 한 입 덥석부적 부적아 그 단맛입안이 가득해지자아찔한 현기증으로혼미하고 말았다 자작글-024 2024.07.27
썩지 않은 믿음이란 생각 하나 썩지 않은 믿음이란 생각 하나/호당/ 2024.7.24북풍 찬바람이 뺨을 핥고 간들쉽게 잊어버리지새 아파트 입주한 지 20여 년당시 관리 기사와 세월만큼 쌓은 친밀감썩지 않은 믿음이라 생각했지연일 불볕더위에 반죽음당한 호박잎 같은데화장실은 세면 목욕을 겸하는 구조여기 형광등이 고장 났으니당장 딱한 사정관리 기사와 연락이 닿아크게 반겼지아닌 걸죽은 나무 아무렇지 않게싹득 잘라 버린다내 민낯에 썩은 검버섯 확 퍼진다형광등은 불 밝혔지만 등피 유리 박살 나 파편 발바닥 찌르며 경고한다믿는 도끼 발 찍히지 말고내 맘만 믿으라 한다 자작글-024 2024.07.25
안심역에서 안심역에서/호당/ 2024.7.24대구 도시철도 셋, 종점 탐방 마지막 안심역까지 눈금을 긋고지상에 나오자 매정한 여우비 내려 아스팔트는 피식피식 소리 낸다오리명가에서 배를 달래는 시간은 지글지글막걸릿잔 들고 아니 빈 잔 들고도 몇 차례 건배사‘위하여’뭐 오래 살자는 절규 같다상투어는 밭침 하나씩 낙엽처럼 떨어지고신변에 일어난 특이한 낱말뱉어내어 보나 눈만 멀뚱멀뚱삶의 흐린 초점 같다같은 책장 또 넘긴다황금 수표 자식들에 뿌린다는어구가 식상하다종점 탐방추억의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아직 만남이 있다는 건삶의 뿌리가 생생하다는 징표가 되기를 바란다 자작글-024 2024.07.25
착각 착각 /호당2024.7.23프런트 front 간호사 나만 더 후한 대접 받는다는 생각.백발에 파란 떡잎 돋는다는 착각이라도 좋다음료수 꾸러미를 내밀자아가씨는 시원한 파도가 되어 내 얼굴을 찰싹찰싹백수가 대접받는 곳은 호텔이라는데여기 간호사 아가씨는 천사표다삶은 착각 속에 위약처럼효험 볼 수 있겠다 자작글-024 2024.07.24
대프리카 대프리카 /호당/ 1014.7.23대구라는 커다란 가마솥에서매운탕이 끓는다주인은 연신 장작불을 지핀다맹렬히 끓는 국물이 튀겨 밖으로 도망친다이 맛에 향기에 취해입술이 뻘겋게 땀 뻘뻘시뻘건 국물에 숟가락 들락날락앞가슴 단추 풀어 헤치고앗따 이 맛한여름에 제격이지문밖에 벗어놓은 신발이녹아 붙는다아프리카에는 밀림이 있던가대프리카* 교외 밀림도 땀 뻘뻘 흘린다*대구의 여름은 뜨거운 아프리카대륙에 빗댄 말 자작글-024 2024.07.24
알 밤 삼 형제 알밤 삼 형제/호당/ 2024.7.21젖비린내 즐기며일란성 삼 형제로 태어났어엄한 교육은 바깥세상을 단절하고예리한 가시로 위리안치 해이것도운명으로 알고어머님 사랑만 먹고 자라점점 앞가슴 붉어져 가고마음은 야릇한 싱숭생숭사춘기인가뭔지 몰라도 자꾸 그리워지기 시작한다삼 형제는 사랑을 향한 부푼 마음에 몸집 부풀어자연히 가시 문은 뻐끔 열리더군외계의 신비는 별천지의 사랑이 그리워진다누가 먼저라 할 수 없이무작정 뛰어내렸지지구에 헤딩하는 순간아찔한 현기증누군가 위로해 줄사랑의 손을 기다린다 자작글-024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