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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게발선인장

반려 식물 게발선인장/호당/ 2024.8.21개를 즐기는 애견 그룹이 있고난 게발선인장의 푸름과 꽃에 매혹해 반려 식물로 즐긴다구름 끼고 비 뿌리다 말다 호박잎 시들 일 없는 날씨에불로동 화훼단지를 찾았다노랑꽃 핀다는 게발선인장원종 게발선인장 분갈이퇴비를 한데 묶으니내 힘에 부쳐 끙끙 뒤뚱 비틀똥 줄기 빠지듯 500여 미터 거리정류장까지 운반미치지 않았다면 엄두 낼 힘없을 텐데주름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바람난 수개가 되었다버젓이 거실에 두고 선풍기를 돌린다때 묻지 않은 처녀 보는 듯싱그러운 푸름과 뒤에 올꽃핀 처녀 윙크를 그리며반려를 즐긴다

자작글-024 2024.08.22

자화상

자화상/호당/ 2024.8.21빽빽이 쳐들고 자란 9남매의 끝은미칠 것 별로 없어 허약한 골풀처럼 커왔다뼈마디 숭숭 뚫린 구멍 속으로맹물만 드나들어 큰소리치고주먹 들어 올린 적 없어끈질긴 나일론 밧줄 같아내 앞에 닥친 일에는 담배씨라도 구멍 뚫고 만다평생 내로라 소리 없을지라도짙은 엽록소일 때달라붙는 꽃뱀 몇 마리모든 것 움켜쥔 모래알처럼흘러내린다백설 덮어쓰고 시작이 내일로 하루를 건다

자작글-024 2024.08.21

동천 공원 분수 속에는

동천 공원 분수 속에는/호당/ 2024.8.20펄펄 끓는 가마솥 같은 날 오후뿌연 물안개 뿌리며 치솟는물줄기에병아리 같은 귀여움 가득 밴 아이들 바글거린다물속으로 때지어 노니는 송사리 떼새 떼 같이 짹짹거려도미워할 수 없는 마알간 초록 싹들화산처럼 뿜어 올리는 입김 속을미역 줄기가 되어 헤엄친다때 묻지 않은 젖 냄새나는 하얀 속살들이 분수대 속으로 술래잡기한다

자작글-024 2024.08.20

편지 한 통-1

편지 한 통 /호당/ 2024.8.19두근거리며 한편 두려움을 느끼며 편지를 쓴다연륜으로 팽팽한 부피와 무게현격한 짝 기운 등 짐을 말 등에실으면서 기울었다는 걸 알면서짝사랑하는 그녀에게부재중 그의 가방을 열어 슬쩍 넣은 편지사랑은 모든 걸 초월 할 것이라는일방적인 생각만으로 가슴 졸인다기우뚱 등짐은 기울고 말은 뒤뚱뒤뚱 걷다 주져앉는다무위로 끝낸 편지 한 통

자작글-024 2024.08.20

우인도 한 폭

우인도/호당/ 2024.8.18빛바랜 우인도 한 폭거실에서 나처럼 세월만 반추하고보리 이삭 팰 무렵풍파에 휩쓸리면배고픔 서러움도 밀려왔지비탈진 언덕배기에 쪼그린 한 사람소 꼴 베는지무엇을 캐는지논밭 갈고 힘든 일 도맡은 황소한가한 시간을 되새김질한다우중충한 우인도 한 폭에 무위고를 반추하는 내가 포개진다서설 한마당 내리면생기 솟아날 걸 꿈꾼다

자작글-024 2024.08.19

피하는 것

피하는 것/호당/ 2024.8.17폭염과 겨루다가 팔거천이야위어져 피골이 드러난다매미는 계절 만난 듯 매양 매양 존재를 드러낸다나는 드러낼 것 없어폭염과 겨룰 나이도 아니라피해서 부채질만 한다오후 2, 3시 무렵은 가마솥 펄펄 끓는다대프리카는 숨통 막혀멀찌감치 바라보다 땀방울 뚝뚝고추 호박잎들겨루어 봐야 덕 볼일 없어폭삭 주저앉고 만다나는 뼈 구멍 숭숭 뚫어폭염을 흐르게 한다흘려보내는 것이 피하는 방식이다

자작글-024 2024.08.18

흐릿한 밑그림

흐릿한 밑그림 /호당/ 2024.8.16오늘의 구도는 밑그림으로부터 시작한다여기 미친바람 쐬면 밑그림 밟고부침 浮沈을 거듭한다처방전부터진료 중 대기자는 만원내 차례 3.4십 분 이라는 짐작왜 시계를 읽지 않았을까농협 문을 두드린다나는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중휴일도 아닌데 휴업폐쇄했나, 공고문이라도 있을 텐데AT 창구는 열리는데점점 더 가라앉는다 지금 혼미 중가까스로 물 위로 뜨자 처방전이 또렷하다다음약국에서 농협으로 옮긴다전표를 뒤적거리자 창구 아가씨 손짓에 일은 속결몇 시에 문 열어요9시지요쇠망치로 뒤통수를 친다그제야 밑그림이 또렷이 뜬다 이건 9시 전 내 영혼의 부침이다피안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고사목 같은 영혼

자작글-024 2024.08.17

냉장고의 얼음

냉장고의 얼음/호당/ 2024.8.15냉장고는 오래 쓰다 보면내부에 얼음이 쌓인다제거해야 한다는 내자의 얼음 타령내 귀가 얼얼해진다서랍을 빼고 다시내장 서랍을 제거하고청소했는데오늘은 얼었다내자와 옥신각신하는얼음덩이 때문에 내장 서랍이 제거되지 않는다시간이 조금 녹여준다냉각한 혓소리는고드름처럼 떨어지거나 드라이기는 화력을 뿜는다얼음을 제거하자 내자와의 언 설화는 스르르 녹아내리고 만다

자작글-024 202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