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두화서 隱頭花序 은두화서 隱頭花序/호당/ 2024.8.16대놓고 애정 표현하는 짓보는 이가 낯 뜨겁다보라는 듯 꽃 팔랑거린다그는 속으로 잔꽃 피워 드러내 보이지 않지가을엔 붉고 연하고 단물 줄줄 흐르는 속살남몰래 이룬 결과물예쁘고 귀여운 아기처럼꽃을 드러내지 않고 이루어낸 무화과를 아시면은두화서는 덤으로 알겠다 자작글-024 2024.08.16
입맛 다실 것 없다 입맛 다실 것 없다/호당/ 2024.8.14반월당 지하도에 들어가면어리둥절해진다어리벙 거리며 대충 짐작이적중해 찾았다팀파니 밥상오늘따라 입맛 다실 거리가 없어점심이 낙제점을 찍는다미도다향 주인 화색만큼 만남이 꽃 피면 좋을 걸고정 테이프를 재생하니앞장서 말릴 사람 없어 마음 놓고 펼친다그렇다고 나는화제 방향 뒤틀어 끌어올릴 재간도 없다타인의 문장을 싹득 끊고제 문장으로 잇는 자타인의 혓소리를 듣지 않는 난청이 되어버린 자들제 몸만 닦으려 남 먼저‘가자’일어서면 막 내린다오늘 점심 맛처럼 입맛 다실 것 없어 그만 쓰다 자작글-024 2024.08.15
염천에서 염천에서/호당/ 2024.8.12소금같이 녹아드는 염천아반 죽임당하는 고춧잎 같은 삶이다12 굽이 돌아야 한 등 넘는 세월을너무 오래 많이 돌고 넘었다꽃 속에 코 박고 파랗게 찰랑거리다 간 청춘염천에 시든 백수의 독백하나 자작글-024 2024.08.13
단물 물컹한 백도 단물 물컹한 백도 /호당/ 2024.8.11지금 내 어깨를 짚고 타고 넘어온 바람이 나를 안으려다 낭떠러지에 미끄러져허방에서 뱅글뱅글 돌기만 한다햇볕마저 눈 흘기며 노려본다그럴수록 나는 익어만 가지절벽을 부딪는 파도끊임없이 왔다가 부서지고아니 나를 향해 무조건 달려와서사랑한다 덥썩 안으려다 산산이 깨지자 물러서고반복한다안되지너희 못된 행동마구잡이로 달려든다고어림없지내 달콤한 즙은 평생 맡겨도 믿을만한 로트랙 같은 우아한 녀석을 기다린다 자작글-024 2024.08.11
밥주걱 밥주걱 /호당/ 2024.8.9대량 급식소 가령 노인복지관에서 한 끼 점심은 한 이백 명쯤 되지 않을까밥주걱의 권리는 대단하다퍼주는 대로 먹어식판의 밥을 조금 더 달라한 숟갈 덜어달라흥주걱의 마음과 네 마음 같냐푹 떠주거나 덥석 덜어가거나앞으로 군소리 말고 많으면 남기고 적으면 물 한 모금 더 마시고밥주걱 권력을 인정하면 꼬리말 달지 말자 자작글-024 2024.08.10
스테플 스테플 (Staple) 2024.8.10그토록 구하고자 한 시집절판된 지 20여 년집요하게 찾으려 한 내가 어리석을까원본은 없고 탁본처럼 박힌 시집을 딸애가 내 간절한 마음을 달래주었다얼마나 책장을 넘겼는지 제본은 떨어져 낱장이 갈기갈기 흩어져나간다반창고로 터진 둑처럼 막았지만 역부족이다스테플*을 망치로 쳐서 고정했더니떨어져 나간 시 편편이 묶여 정돈되었다제각각 흩어진 마음도스테플로 고정하면 흐트러진 우리 마음을한데 묶을 수 있을까*U자 못. 꺾쇠 자작글-024 2024.08.10
푸른 계절의 사랑에 푸른 계절의 사랑에 /호당/ 2024.8.8 먼저 푸르러 꽃피웠다 하여보라는 듯 팔랑거린다지금은 유예한 사랑언젠가는 오리라하루 한 번 올 때도 있고오지 않을 때도 있는 버스언젠가 온다는 희망은 놓지 않는다겨우 차비 정도만 주머니 차고 기다림은 낯 뜨거운 행위가 아닌가기다리는자에 실망은 없다내 사랑도 함께 탔다니이건 행운이 아닌가푸른 이파리가 활짝 뻗는다천도복숭아 움켜쥔 행운이다 자작글-024 2024.08.09
복숭아 파는 할머니 복숭아 파는 할머니/호당/ 2024.8.7복숭아 계절에 폭염이있다건널목 잡아 별로 탐날 것 없는복숭아 무더기5,000원인데 4,000원을 바람결에 낙엽처럼 떨어뜨린다나와 눈빛 마주치자복숭아를 내밀어 나를 꼬득인다오가는 눈동자들건너오고 건너가고초점은 건널목으로 이동하고폭염에 삶긴 할머니의 초점은복숭아 무더기에서 애끓는다두어 시간 후 다시 돌아와 보니손바닥만 한 그늘에서 호박잎처럼 삶긴 몸짓삶이 녹록지 않음을 느낀다나를 보자 기 살아나 복숭아를 다그친다폭 삶긴 할머니가 안쓰럽게 느낀다한 무더기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담아온다 자작글-024 2024.08.08
믿음 하나 믿음 하나 /호당/ 2024.8.6형광등 교체하다가등피 갓이 박살 나자새로 구해 주겠다는 구술 口述 하나흘리듯 가볍게 잊은 듯한다새 형광등으로 땀 뻘뻘 흘리며새것으로 교체하자경솔히 여긴 믿음으로 검버섯 낯이 화끈하다얄팍한 봉투로 고맙다는 표현유치한 짓거리단칼에 싹둑진정한 감사의 표현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그의 자존심 터치했다면....우회전해 편안히 굴렀다면믿음 하나 잘 닦았을 텐데 뒤돌아본다 자작글-024 2024.08.07
뻐꾹새 소리 뻐꾹새 소리/호당/ 2024.8.55월의 춘기 확 뻗자뻐꾹뻐꾹 새소리더 요란해진다푸른 기운에 실린 소리파도처럼 밀려 창호지에 배긴다너도 춘정에 겨웠고나는 봄 꿈에 젖어사랑이 가까워진 듯 들린다창호지에 귀 박아 듣다애타 오른 조바심손가락에 침 탁 발라문구멍 뚫었더니뻐꾹새 소리 들리지 않는다 자작글-024 202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