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호당/ 2024.8.25
대지를 덮는 눈이 내린다
지난 것은 왈가왈부하지 말자
봄 여름 가을 겨울 참 많이
떠돌다 맴돌고 왔다
저것 봐
대지 위 나무든 지붕이든
공평하게 덮어 잠재우고 있다
얇다 두껍다
구시렁거리는 자의 눈
내가 쌓은 업보인 줄 모른다
먼 산을 바라보노라
포근하게 덮은 눈이
나 먼저 걷어 가지 마오
천천히
느긋하게
아주 느리게 녹여다오
너무 모질게 휘몰아쳐
외통수로 몰아넣지 않았는지
눈 내리는 날의 적막 속으로
나를 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