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부시는 소리/호당/ 2024.8.25
분통 내부의 맑기가
산골 물 같아
물만 마실 줄 아는 핫바지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간섭은 하지 않는다
제비 새끼 키우기
분통 닦기는 고사하고
먹이라야 반입 물어 주고
죽이든 밥이든 나 몰라라 한다
배회하기 좋아
동네 한 바퀴 돌거나
빨간 구슬 여인 뒤꽁무니
찔러 뱅그르르 굴리는 짓에
헛 눈살피다 빨갛게 붓고
팔랑거리던 꽃대 고꾸라지자
슬금슬금 분통으로 기어들어
그릇 부시는 소리조차
서툴게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