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아직 목마르지 않다

인보 2013. 3. 5. 16:06


 

 
아직 목마르지 않다
호 당  2013.3.5
 우스갯소리로 60대는 창고 대 방출 
70대는 분리수거라 하니 까르르 
웃지만, 비애의 눈빛이 흐릿하다
배우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비탄의 한숨 쉰다
멋모르고 견뎌 왔을 때 목마른 줄 몰랐었다
아들딸 치다꺼리 다하고 골 파인 얼굴을 
거울에 비출 때 생의 골짜기에서 배움의 
갈증이 생겼다
내 아킬레스건을 건드릴까 봐 마음 졸이며 
여기까지 왔다
큰 결심하고 문을 두드렸을 때 
그 골짜기에 마실 정도의 물이 흐르고 
훌쩍 마시니 이것 마시려 가시덤불 헤치고 
여기 들어왔나
에이 이 정도의 물만 마셔도 갈증 느끼지 
않아 걷어차 버리고 나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마실수록 물의 진미를 느끼는 이도 있다
이만큼 고인 물만 마시고 세상을 잊으려고 
한다면 밝게 달리는 열차를 탄 이들은 
자꾸 멀리 나아가는데 나만 놓치고 끝내 
나를 잃어버리려 드는 것이 아닌가
아직 목마르지 않다는 건 겉에서만 뱉는 
말이지만 속으로는 목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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