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벼랑의 꽃

인보 2013. 3. 2. 23:04
 
벼랑의 꽃
호 당   2013.3.2
하필이면 아찔한 벼랑에 자리 잡아 꽃 피웠을까
꽃피기란 평지보다 쉽지 않았었을 텐데
생의 뿌리에는 부엽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뿌리를 뻗다 보면 큰 홍수로 몽땅 잃어버리고
떠밀려오다 겨우 벼랑을 붙들고 살았다
살아야 한다
앞날은 평탄만 있는 것이 아니고 풍파를 겪어
본 이만 더 생명력이 강하다
더 길게 더 깊게 뿌리 내려야 아름다운 꽃 피운다
이 터전에 씨앗 퍼뜨리고 모든 꽃이 사랑받듯 
나 여기서도 튼튼한 뿌리 내려 꽃을 피웠다
역경을 겪은 이들만 내 속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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