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자그마한 권력

인보 2013. 3. 12. 22:47

자그마한 권력   
호 당 2013.3.12
자그마한 권력   2013.3.12
그에게 맡긴 칼자루를 얌전히 놓아두면
곧바로 녹슬어 게으르고 무질서라는 딱지가 
붙겠지만, 칼자루를 반듯하게 잡으면 
서로 편안한 차례의 길이 섭니다
나는 주차 감독에게 허락을 받았다
햇볕이 차단된 곳이지만 햇살처럼 
직진을 지시했다 
서투른 내가 비스듬히 빗금 쳤더니 
당장 칼날을 세웠다
전진과 후진을 거듭 지시하는 칼날에 내 
비위가 베이지 않으려 울컥거림을 참고 
나는 검은 이파리를 풀풀 날리면서도 
어깨와 허리를 낮추어야 했다
내 차를 곱게 맡겨 두고 싶어 고분고분했다
그의 책무를 펼칠 칼날 앞에 붉은 꽃으로 
피워 드렸더니 칼날을 내리고 그의 톤을 
한 옥타브 낮아졌다
다음부터 칼날 치켜들기 전에 단번에 
붉은 꽃으로 피워드려야겠다
머리 숙여 어깨 낮추면 칼날을 세우지 
않아도 되어
서로 나란히 누워도 편해지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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