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메밀묵을 먹으며

인보 2013. 3. 15. 14:57

메밀묵을 먹으며  
호 당 2013.3.14
그 옛날 가뭄이 연례행사처럼 닥쳐 
논밭에는 메밀을 심었었지
겉보기에는 모가 나서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바삭거리지만, 속살은 뽀얗고 보들보들해서
처녀 살결 같아 매력을 품고 있지
채 친 묵을 숟가락으로 뜨면 솔솔 빠져 흘러 
꼬리를 빼기도 하고 고욤을 얹지 않은 묵 
한 사발에 숟가락 뒷면으로 눌려 힘을 주면 
마음 닿을 젖가슴의 탄력으로 닿는다
귀여운 그녀의 성미 같아 금방 사근사근하다가 
깊이 스며들면 매끄럽게 미꾸라지는 빠진다
양념에 밥 한술 말아 솔솔 빠지는 그를 붙잡아 
입에서 으스러지게 씹으면 성정을 풍긴다 
뼛속 깊이 사무친 그리움이 베인다
묵에 얹진 고욤이 그녀의 정감처럼 소복소복 
올려있어 함께 섞으면 서로 마음이 뒤엉겨 
이심전심으로 메밀묵 향으로 베인다
풍요의 시대에서 별미와 추억의 메밀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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