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산불

인보 2013. 3. 14. 14:56

       

      산불 호 당 2013.3.14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나무들은 이웃끼리 푸른 희망을 의논했고 힘 모아 산을 푸르게 하자고 다짐했지 화마는 우리를 가만두지 않았다 말 한마디 못하고 일제히 화형을 당하고 끝까지 화염을 토해 냈다 시커먼 뼈다귀는 땅으로 곤두박질하고 내 영혼이 혼비백산하였다 바람에 떠밀려 미친 듯이 닥치는 대로 불살라 마셨다 우연히도 산기슭 가난한 자의 가옥만 화마로 박살 냈지만 실은 빈부격차는 구별 두지 않고 가까이에서 우리의 따스한 사랑도 소용없어 마구잡이로 괴뢰군처럼 태워버렸다 폐허의 바닥에는 숯덩이 재 무덤 검은 잔해만 어지럽게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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