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유황탕에서

인보 2013. 3. 20. 09:15

      유황탕에서 호 당 2013.3.19 성냥을 그을 때처럼 화약 냄새 피워 성나면 폭발하는 당신 금방 사그라지고 도리어 몸 살라 날 따스하게 해서 내가 반한 것일까 누르스름한 탕 속은 자기 몸을 지펴 부글거리고 끊임없이 맑은 공기를 끌어들여 기포를 터뜨릴 때 유혹의 추임새와 손짓하는 증기에 뿜은 향이 나를 알몸으로 뛰어들게 한다 깊고 넓은 깊숙한 마음속에 잠기면 뼛속 깊이 스며드는 정기에 나는 연하고 보들보들한 순한 양이 된다 또한 내 허튼 마음의 찌꺼기를 흘려보내면 새하얀 양털이 되어 산뜻한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함께 깊이 잠겼던 인어들이 거품 방울 흘리는 새가 되어 날아간다 유황으로 온몸 데워 뽀글뽀글 대는 음향으로 손짓하면 긴장한 맘을 안심하고 온몸을 맡겨도 될 당신에 홀랑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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