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바람이 분다

인보 2013. 3. 22. 07:35

바람이 분다
호 당  2013.3.21
나는 붉은 입김을 뿜어 바람에 싣는다
장미꽃의 향기보다 색깔의 매력이라 여겨
자신의 색깔을 막 뿌리고 싶은 마음을 
바람에 싣는다
멋진 수술에 가까이하고 싶어하는 맘을
바람에 실어 그에게 이슬비로 뿌리니
갑자기 우산을 박고 뚜벅뚜벅 걸으면서
이파리를 적셔주기를 기다리는 눈치를 
나는 알아차렸다
나는 눈을 감아도 수꽃의 영상을 그려내고
귀를 가려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부르는 것같이 
들려오거든
확 
달아오르는 붉은 엔도르핀의 파도가 바람에 막 
밀려와 감당하기 버거운 내 등짐인걸
그대의 향이 바람에 실려 나를 포획하는 것 같아
나의 붉은 연정도 그대에게 실어 가다오
세월은 흐르고 나의 색채도 자꾸 퇴색하고
이제 붉은 엔도르핀이 
빛바랜 무명천처럼 낡아졌다
얼마 만인가, 해후가
내 품은 맘을 돌개바람이 휩쓸어버린다
가슴이 후련하다 
무뚝뚝하게
우리는 바람 부는 방향이 달라 이 한마디
먼 훗날 흘러 흘러 바다에서나 만날까
그때까지 붉은 엔도르핀이 남아 있을까
잘 가라, 잘 있어, 
바람은 잔잔하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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